농지법 시안에 붙여 박기혁<연세대상경대교수·경박>임차는「경자유전」원칙으로 투권막게 「농지위」의 권한강화 바람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제현상이란 다양하고 복합성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농지문제는 정치사회성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이번 시안에 대해서 신중론을 내세운 찬반양론의 대립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미 1세기가 지나간 낡은 법을 현실에 알맞게 새로이 손질함으로써 80년대를 향한 농림근대화의 기준을 마련하는 새 농지법의 제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방법에 있어서 농지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소유상한제의 급격한 확대와 부대차허용에 의한 소작농의 재현 및 토지투기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로 10정보 상한선 확대에 관해서는 그 근거를 농업기계화를 전제로 이앙기의 손익분기점을 7.7정보, 그리고 농업과 비농업분야의 소득균형에 필요한 면적을 8정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그 근거가 모호하다고 하였으며 경제적 규모에 대한 타당성 여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그리하여 대개는 단계적 점진적 확대방안을 주장하면서 5정보 정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중농의 육성과 협업화에 의한 규모의 확대를 권장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공업화를 통한 고도성장과 더불어 농촌노동력이 부족하고 임금이 상승되어 농업경영도 기계화가 필요하게 되었고 새로운 기술혁명으로 농업의 산업화·기업화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농가경영규모의 단위도 새로운 자본과 기술이 들어갈 수 있도록 3정보 상한을 완화할 때가 왔으며 3정보 상한제가 농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이론이 일단 성립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3정보 상한을 넘는 농가는 전체농가의 1.3%에 불과하며 최근에는 대농의 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법으로 경지의 규모를 확대한다구 해서 곧 기업농이 이룩된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도시근교의 특수농 즉 경제작물·수출농업·군납농업 등에 한하여 경지의 확대가 요망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경지규모의 분석은 신중히 이루어져야 하며 가족의노동력에다 기계화를 감안한 영농능력 안에서 규모확대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갑자기 농지의 균등분배원칙이 깨진다면 농지는 크게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게 되어 소농들이나 새로이 농사를 지으려는 농촌후계자들이 농사를 지을 땅이 더욱 희소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케인즈」가 말한대로 가장 목이 긴 기린이 그보다 목이 짧은 기린들을 아사시키고 있다는 비유와 같이 농촌계층의 불화를 촉진시켜 국민총화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마저 있다. 따라서 농업의 근대화는 곧 기업농 또는 대농제일주의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며 우리나라 농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농·가족농을 경시하는 과오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우리 농정의 방향은 가족농(Family Farm)을 중심으로 한 새마을 독농가의 지도상을 표본으로 건전한 중산층을 농촌 근대화의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농지상한선의 범위는 가족농형을 중심으로 한 3정보에다 기계화를 감안한 5정보선을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계화의 경지규모는 기계의 크기에 마라 대·중·소형으로 나누어지는데 우리나라에는 소형경운기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며 일본의 경우를 보아도 이들은 과거20년간이나 걸려서 이제와서야 중형으로 보급되고 있다.
기계화의 단계적 계몽 발전책이 요망된다. 10정보 상한선은 현 단계의 우리나라 농가경영 특히 가족농의 경제성과는 거리가 크며 농민대중과는 무관한 법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소위 1.3%농정이라는 폐단을 가져올 수도 있다.
둘째로 하차농 또는 소농제의 양성화문제인데 이에 관해서는 「경음유기전」의 법칙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농지위원회에서 인정할 경우 또는 농지금고(가칭)를 통하여 모든 업무를 대행시키기로 하되 도시자본의 투지억게제 대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이를 위하여 농지위원회의 조직방법에 대한 여러가지 논의가 있었다.
전통적으로「소작은 악」이라고 비판해 왔으나 오늘에 와서는 반드시 악이 아니라는 새로운 이론이 대두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공업화를 이룩함에 따라 농촌의 노동력이 부족하게 되었고 또 농민 스스로의 연령도 고령화되어서 농촌노동력의 양적·질적 변동에서 오는 노동임금이 상중되어 이것이 기계화를 촉진하게 되었고 경영규모를 확장하려는 의욕적 농민들은 경영자본을 아끼려면 값비싼 고정자본인 농지에 투자하느니 보다는 농지를 임차하여 경영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시대가 변하여 소작인의 신분이 옛날과 같이 지주에 얽매이는 일 없이 계약협정에 따라 서로가 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농가의 36.5%가 이미 소농이라는 현실을 볼 때는 법적제도를 통하여 현소작관행의 정리, 질서를 확립하여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소작제도가 합법화된다면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
그 중에서 제일 우려되는 것이 도시의 부동산투기자본의 농촌으로의 유입이다. 이것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며 법으로 다스린다고 해도 이를 완벽하게 제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제일선의 농지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크며,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막기 위해서는 농지위원회의 구성요원이 농민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부락농민이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조직과 이를 옹호해주는 강력한 법적·행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임차료 40%는 너무 높으며 이는 미군정하의 3-1제보다도 높을뿐더러 도시자본의 투기를 유인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투기자본의 억제를 위해서라도 임차료는 20% 한도 내로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정부의 의욕적 농지법 창설은 시의에 맞는다고 할 것이나 흠상에서 논의되지 못한 여러가지 중요한 여타 사항의 법적제규정 문제에도 세심하고 신중한 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