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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밤하늘 밝히는 "복구의 횃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범국민적인 수해복구의 횃불이 영호남의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폐허가 된 국민학교 운동장을 고르기 위해 이웃마을고교생들이 40리 길을 걸어왔으며 삽질하며 땀흘리는 예비군·시민·학생들의 뒤에서는 어머니회원들이 점심을 지어 날랐다.
추석대목에 대비해 쌓아 두었던 상품을 몽땅 떠내려보낸 장인들에게는 도시의 도매상에서 외상으로 물건을 보내 주어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하고 있다.
농민들은 주민들의 도움으로 흙탕물에 쓰러진 벼 포기를 깨끗한 물로 씻어 세워 한 톨의 곡식이라도 더 생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동>
『수해로 본 피해, 새마을정신으로 복구하자』는 구호아래 공동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는 하동군은 그 동안 연인원 5만 명을 동원, 도로 1백45개소(5천2백m, 교량20개소, 하천·제방 등을 응급복구 4일 현재 피해시설의 68%가 손질됐다.
5백10㎜의 폭우로 15명이 죽고 3천2백ha의 농경지가 침수, 7천5백62명의 이재민을 냈던 하동 수해는 2일 하오 도로와 통신망을 완전 복구했다. 하동∼진주∼부산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도 완전 개통돼 정상운행이 되고 있다.
하동읍 중앙시장 내 3백여 개의 점포는 완전히 침수, 추석대목을 앞두고 구입해 둔 상품이 몽땅 못쓰게 됐으나 진주·마산·부산·서울 등 거래처 도매상에서는 외상으로 상품을 공급해 주고 있어 2일 수해 후 처음으로 장이 섰다.
그 동안 품귀현상을 보였던 쌀과 밀가루·채소 류가 정상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휴일인 2일에도 학생·공무원 등 2만여 명이 동원돼 하동읍을 물 속에 잠기게 했던 터져 나간 신기리 제방을 복구했다.
군 당국은 10일까지 1단계 응급복구를 끝내고 횡천강 호안 공사와 하상 정리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허상천 기자>

<광양·순천·보성>
이 지방에서 수해복구에 가장 앞서 손을 쓸곳은 호남고속도로와 철도·하천제방 등이다.
승주·순천 지방에서는 폭우가 멎은 지난달 27일부터 주민·학생은 물론, 순천교도소 복역수 2백여 명과 이지방 직업훈련원생 1백80명까지 자진해서 유실된 도로와 교량·철도복구에 참여했으며 철도당국은 순천∼광양사이의 수해복구인력수송을 위해 임시열차까지 동원했다. 수해복구현장에 학생과 군인 등을 수송하기 위해서였다.
학교 옆 제방이 터져 운동장에 1천여t의 모래와 자갈이 쌓인 화순군 이양면 송곡 국교에는 이웃 능주 중-고교 봉사단 1백20명이 15㎞의 산길을 걸어와 복구를 해주어 어린 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4천여ha의 벼논이 물에 잠겼던 광양들녘에는 밤마다 횃불행렬이 줄을 잇고 밤하늘을 환히 밝히고 있다.
민방위대원들이 벼 포기를 세우기 위한 야간작업을 하고 있는 것.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수해복구현장에서 일하는 주민들에게 취로사업노임명목으로 1일 3천5백원씩을 지급, 주민들의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4일 현재 광양·순천·보성 지방의 수해복구 율은 83%에 이르고 있으나 보다 많은 중장비 지원이 아쉽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황영철 기자>

<마산>
폭우로 유실됐던 교방동 교방천 제방이 3일 완전복구 되는 등 4일 현재 유실된 도로 80%, 상수도 90%등 이 응급복구 됐다.
휴일인 2일 교방천 복구작업현장에는 공무원·예비군 등 1천5백 명이 동원돼 연장 1㎞, 폭 30m의 제방을 다시 쌓았는데 시청여직원들과 마산시 여성단체회원 50명이 점심밥을 지어 날랐으며 인근 다방에서는 차를 끓여 배달하기도.
수해로 통행이 3일간 막혔던 자산 동 무학 국교 앞길과 산호 동 수출자유지역 후문앞길도 마산교도소 모범수·공장새마을봉사단 등 이 말끔히 정비했다.
마산시는 집을 몽땅 잃은 24가구 1백4명의 이재민을 현재 산호 동 경남체육관에 수용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 정부는 시영「아파트」를 연말까지 완공키로 했다. <김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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