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의 표준장부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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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가가치세와 관련된 납세자들의 불만은 여러갈래지만 그 상당부분은 조세운영과 연관되고 있음은 주지된 사실이다.
시행 3년째의 이 제도를 너무 조급하게 「정착」시키려는 행정운영이 갖가지 마찰과 조세저항으로까지 확산되어온 과정을 되새긴다면 이 세제의 정책을 위해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단서가 잡힐 것이다.
표준장부제를 보급하여 관주도의 현행 신고제도를 지양하라는 국세청지침은 부가세운영의 객관화라는 납세자측 요구에 일단 부응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제도는 근거과세·객관주의·합리체계를 그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게 된다.
그만큼 현실적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히 시간을 벌어 단계적으로 조세환경과 거래·납세관행을 되도록 객관에 가깝게 유도하는 참을성이 필요하다.
그것없이 세제의 조기정착만 서두르다 보면 비록 한 두해의 징세효과는 있을지언정 끝내는 세원의 궁핍화 내지는 조세회피 경향만 높아질 따름이다.
지금은 부과세의 인정과세경향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신고·결정과정에서 관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그에 비례해서 납세자 신고의 신뢰도가 높아졌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다만 이런 문제는 하루 이틀의 단기변화보다 자료의 양성화가 어느 추세로 진전되고, 신고접수비율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 하는 추세변화에 더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납세자와 조세행정 사이의 거리가 추세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느냐, 아니면 더욱 벌어지고 있느냐를 가름하는 척도가 된다.
자료를 보다 양성화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세무행정이 매우 탄력적이어야 한다. 세수에 다소 차질이 생기더라도 양성화비율에 따른 조세유인을 과감히 넓혀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성실신고한 사람만 손해본다는 믿기 어려운 납세자불평을 하루라도 속히 불식하도록 행정을 객관화하는 일이 긴요하다. 막연한 또는 개괄적인 추산에만 의존하여 납세자의 자진신고를 판단하기 보다는 누가 보아도 납득할만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분류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동안 세무당국이 사후심리과표의 개선등 판단자료의 객관화를 위해 노력해온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아직도 노력에 비한 성과는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추정자료인만큼 완벽을 기할 수는 없겠으나 최소한 개별납세자, 또는 동종·동지역간의 특수성과 균형감을 함께 고려하는 정의만큼은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과표결정의 객관화는 불성실신고자에 대한 갱정을 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선량한 납세자를 보호하는데 주안을 두고 운영되어야 한다. 때문에 불성실시노 또는 위장 가공거래에 대해서는 보다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사후시정에 과감하되 자료양성화율이 높거나 영세한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그너가 없는한 추계과세나 갱정을 되도록 회피하는 탄력적 운영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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