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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신의 손 투입한 신의 한 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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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 할(오른쪽) 감독은 6일 코스티리카와 8강전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골키퍼를 바꾸는 ‘신의 한 수’를 뒀다. 팀 크륄은 두 차례 페널티킥을 막았다. [로이터=뉴스1]

루이스 판 할(63)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가 이끄는 네덜란드는 6일(한국시간) 사우바도르에 위치한 폰치 노바 경기장에서 코스타리카를 만나 브라질 월드컵 8강전을 치렀다. 전·후반 90분과 연장전 30분까지 총 120분 동안 네덜란드는 코스타리카를 몰아세웠다. 그러나 코스타리카의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28·레반테)가 7차례나 선방하며 네덜란드의 공세를 막았다.

 긴박했던 0-0 승부였다. 터치라인 근처까지 나와 흥분하던 호르헤 루이스 핀토(62) 코스타리카 감독과는 달리 판 할 감독은 벤치에 앉아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냉정하게 다음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승부차기에 들어서면 경기를 주도했던 팀의 박탈감이 더 크다. 위기의 순간 판 할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아껴뒀던 교체카드를 종료 휘슬이 울리기 바로 직전에 쓴 것이다. 1m93㎝의 장신 팀 크륄(26·뉴캐슬) 골키퍼가 주전인 야스퍼르 실레선(25·아약스)을 대신해 들어갔다. 크륄은 승부차기에서 두 차례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네덜란드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네덜란드는 두 대회 연속 준결승에 올랐다.

크륄이 코스타리카 5번째 키커인 우마냐의 킥을 막는 모습. [AP=뉴시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판 할 감독의 네덜란드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평가전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3월에는 프랑스에 0-2로 졌고, 5월엔 에콰도르와 1-1로 비겼다. 이때 판 할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3년 계약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가뜩이나 경기력이 떨어진 네덜란드에 악재였다. 감독이 시한부라는 선언이 내려진 것이다.

 비판을 받던 판 할 감독의 네덜란드는 4강에 올렸다. 6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냉정하게 자신의 전술을 설명했다. “코스타리카가 시간을 끌며 승부차기를 노릴 것이라 봤다. 연장전 때 로빈 판 페르시(31·맨유)는 지쳤고,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뒴(24·에인트호번)은 부상이 있었다”며 “그러나 마지막 카드는 크륄을 위해 아꼈다”고 했다. 승부차기도 대회 전부터 준비했다. 판 할 감독은 “실레선과 크륄에게 역할을 설명했다. 크륄은 팔이 길어 페널티킥을 막는데 유리하다”며 “우린 한 팀이란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판 할 감독의 선수 시절은 화려하지 않다. 아약스에서 축구를 시작했지만 요한 크루이프(67)의 그늘에 가려 1군에서 뛰지 못했다 . 1987년 지도자로 변신한 이후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등을 이끌며 ‘팀을 재편하는 리빌딩에는 판 할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우바도르=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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