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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대사의 어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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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입심 좋기로 유명한「앤드루·영」「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끝내 사표를 던졌다. 백악관 대변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 사표의 수리를 발표했다. 「영」대사는 우선 교사출신의 흑인정치인이란 점에서도 미국인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남북전쟁이래 남부출신의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당선된 하원의원.「카터」의 선거운동중엔 고 「마틴·루터·킹」 목사(흑인민권운동가)의 후광을 업고 동분서주, 흑인의 표를 몰아왔었다.
「카터」 대통령이 실속은 없지만 직명은 그럴수 없이 화려한 「유엔」대사로 그를 임명한 것은 적절한 신세갚음이라는 후평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자리도 아닌 세계정치무대의 전면에 서서, 더구나 외교관의 신분으로 그는 잠시도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그 자신도『나는「노코멘트」를 모르는 생리』라고 실토할 정도였다.「뉴욕·타임즈」지의「칼럼니스트」인「제임즈·레스턴은 그의 그런 생리를 보다못해 기발한 별명을 하나 붙여준 일도 있었다. 「언가이디드·미사일」. 유도되지않는「미사일」이니 언제 어디에 떨어져 폭발할지 모르는 존재다.
그 「언가이디드·미사일」의 극치를 보여준 것은 「미국정치범」발설. 소련의 반체제운동가 탄압을 놓고 미국과 한창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l977년 여름,「유엔」 대사의 신분으로 그는 『미국에도 수백수천의 정치범이 수감되어 있다』고 했었다.
하원은 그만 기겁을 하고 그의 탄핵결의안을 준비하는가 하면 상원의 「골드워터」(공)와 같은 보수주의자는 입에 거품을 품었다. 「밴스」국무장관은 물론「카터」도 그를 불러 꾸짖었다. 그때 미국내「인디언」처우문제로 「오스카」상을 거부했던 「말론·브랜도」만이 그를 열렬히 지지했을뿐 미국의 언론과 의회의 혹평은 대단했다.
그에 앞서「닉슨」「G·포드」등 전대통령과 「키신거」에 대한 인종차별주의자 낙인발언, 「이디·아민」(「우간다」전대통령)의 급사저주발언, 남「아프리카」정부의 매도발언… 등은 모두 그의 유명한 「대표적어록」들이다. 74년의 미소「블라디보스토크」회담조차도 그는 『소련과 공화당행정부가 음모, 미국인율 기만한 정치극』이라고 규정했었다. 『영국인은 또 민족차별주의의 발명자』라는 발언도 서슴지않았다.
요즘엔 정부의 훈령도 없이 독자적으로「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대표와 회담, 미국내 유대인「파워」의 압력을 받게되었다. 이를테면 이번엔 미국안팎에서 가장 미묘한「그룹」인 유대인의 벌집을 건드린 셈이다.
국외자의 사족 한가지. 『외교관의 가장 훌륭한 언술은 「예스」도, 「노」도 아닌 묵묵부답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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