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H 여공사건과 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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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른바 YH여공사건으로 불리는 작금의 사태는 누구도원치않는 불행한 일이다.
도산에 직면하여 발생한 일개 기업의 한 노사분규가 이처럼 엄청난 사태를 초래하기까지의 과정이나 배경에 대해 우리는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문제된 YH무역의 분규는 이미 지난 4월부터 사단이 일어났었다고 한다.
문제의 YH무역은 가발수출을 주축으로 하던 사양업체여서 그 도산은 일찌기 예견되었었고 지난 6월에이미 공장이 폐쇄됐었다고 한다.
그리고 체임과 퇴직금등은 기업측이 공탁하여 폐업에 따르는 경영상의 문제는 사무적으로 일단락 됐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업원들은 적자누적에 따르는 기업의 폐쇄에 이의를 제기하여 경영을 현행하라는 농성을 계속하여 왔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기업의 존립조건 여하를 막론하고 기업경영의 계속을 강요해온 YH무역종업원들의 농성사태는 크게 확대해석하면 자본제적 경영원칙 또는 자본제안에서의 노동조합운동의 한계를넘는 성격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를 두고 노총 또는 노동행정당국이 왜 일찌기 적절한 조정에 나서지 못했나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사건이 지난 7윌 임시국회에서까지 거론됐는데도 오늘의 이런 사태에까지 이르게 한것은 그들의 열의와 능력을 의심케 하는일이라 할것이다.
다음으로 기업 내부 또는 한 공장안의 분규가 어떻게 하여 왜 거리로 터져나오게 됐으며, 더구나 특정정당과의 연합으로까지 확대됐느냐하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그 배후에 조종세력이 있다고하는데 이것도 노사운동의 기본성격에 어긋나는 일이다.
기업내 노조의 권익옹호투쟁에 기업외의 어떤 사회집단 또는 어떤정치집단이 개재돼있다면 이것 또한 YH무역이란 특정업체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정치·사회일반에 관련되는 문제로 확대될수도 있다.
이러한 외부세력의 개재여부의 조사를 여야가 서두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요첩이다.
이번의 YH사태의 사회적확대는 YH여공들의 신민당사내농성에 그 일인이 있고 이로 말미암아 이사건은 단순한 기업내 노조문제에서 과격한 정치문제로 확대됐었다.
이 기회에 정당과 노사문제와의 관계에 대해 사회전체가 그 기본적 입각점에 관해 냉철히 생각해 보자.
정당이 정강·정책에 따라 노동문제를 다루고 이를 정책으로 구현코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정당·보수정당을 지향하는 정당이 노동운동의 현장에 일일이 개입한다거나 직접적인 행동을 하는 일이 있다면 과언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구체적으로 노동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노사쌍방 또는 노총 그리고 노동행정당국이지 공화당도, 신민당도 아닌 것이다.
이것은 이번 경우 신민당에 대해서만하는 얘기가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하나의 원칙론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을 전후하여 보인 정부와 여야의 자세를 볼때 현하의 노동문제, 기업의 도산문제, 실업문제등에 관해 다같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준비되지 못한 감이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계발을 서둘러야 할것이며, 여야도 정책대안을 마련하는데 성의를 다해야 할것이다.
또하나 이번 사건에서 보인 경찰의 태도나 방법은 도저히 이해하기어렵다.
기업주를 앞세워 성의있는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을 기다림도 없이, 또는 노동당국이나 여야간의 해결책 강구를 지켜봄도 없이 제1야당의 당사에 난입하여 여공이나 의원, 기자를 무차별하게 구타한 것은 어떠한 말로도 변명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맹생을 촉구한다.
이 기회에 우리는 우리사회 의식구조 한구석에 자리잡고있는 듯한 신경질적인 충동적 행위의 병폐를 추방하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걸핏하면 극한으로 내닫는 사회풍조는 이제 시정돼야할 것이며 타협과 호양의 정신을 정립해야 하지않겠는가.
따라서 정부·여당이나 야당은 위신이나 단기적인 득실을 떠나 대국적인 견지에서 정국의 경색을 조속히 풀도록 애써야 할것이다. 이번과같은 사태 하나를 놓고 그 사태의 논리적인 관련은 덮어진채 여야간의 경직된 양상만이 노출된다는 것은 적어도 성숙된 정치상황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당은 국가적 차원에서 야당의 입장을 폭넓게 이해하는 말그대로의 정치적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끝으로 숨진 김경숙양과 부상자들에게 조의와 위로의 뜻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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