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북괴 고정간첩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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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삼척지역의 북괴 고정간첩단 9명의 검거소식은 일변 다행스러우면서도 일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월18일 발표된 삼천보거점 간첩단사건과 7월21일에 있은 북괴무장간첩선 격침사건에 이어 한달도 채 못되는 사이에 밝혀진 세번째 간첩단사건이다.
이것은 북괴가 곁으로는 평화「제스쳐」를 쓰면서도 안으로는 한국에대한 간접침략을 격화시키고 있음을 말해주는 산 증거다. 이번 삼척간첩단은 6·25때 부역, 월북했던 남파간첩이 집안을 중심으로 지난74년에 조직한 것이며, 「카빈」·권총등으로 무장까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5년동안이나 암약하면서 북괴노동당지하조직을 만들었는가 하면 군사·경제·사회등의 기밀사항을 타전했고, 심지어는 김일성생일선물까지 보냈다고 한다.
우리는 우선 이들의 이같은 대담성에 놀라지 않을수 없지만, 한편 그들이 5년동안이나 그토록 날뛰도록 방치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언가 허점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들의 거점이 침투가 용이한 동해안이란 점에서 도주로의 봉쇄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지만, 이번에 타진된 자들을 배후에서 조직·조종한 4명의 남파간첩을 그대로 되돌려 보내고만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들이 소지하고 있었다는 무기·실탄류의 반입경위나 소위 김일성생일선물의 반출경위등도 철저히 규명되어야할 것이다.
이번 간첩단이 혈연을 중심으로 혐성되고 다수 친척을 포섭한 것이나 마을주민을 친목계라는 방법으로 포섭한 공작수법에 대해서도 우리는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혈연을 공작에 악용하는 것은 북괴의 고전적 수법으로 숙지하는 바지만 아직까지도 일가·친척을 감싸는 우리의 가족적 전통이나 이웃간의 따뜻한 정의라는 미풍이 북괴가 노리는 허점이 될 수도 있다는점 또한 새삼 경계해야 하겠다.
최근 3당국회의를 거부하는등 여전한 폐쇄적 자세때문에 국제적 여론도 좋지 않게 된데다 경제악화등 대내외적 난경을 겪고있는 북괴로서는 그들의 대내적인 필요에 의해서라도 대남간첩침략을 확대할 가능성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
물론 북괴가 제아무리 대규모의 간첩침략을 도발한다 하더라도 우리사회는 그때문에 동요될만큼 그렇게 취약한 사회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도발에 대해서는 그 형태나 규모의 대소를 막론하고 즉각적으로 조그마한 유루도 없이, 색출응징할수 있는 완벽한 대응태세를 관민이 다함께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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