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빌려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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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설과 물품으 빌려 드립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공장시설에서부터 식사때쓰는 물수건까지 빌려주는 「리스」(Lease=시설대여)업과 「렌틀」(Rental=물품대여)업이 조금씩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리스」와 「렌틀」은 『빌려준다』는 뜻에서는 같으나 빌려주는 물건을 갖고있는지 여부·기간·중도해약과 「애프터·서비스」 등에있어 엄격히 구분된다.
즉 「리스」가 ▲재고를 보유치않고 있는데 반해 「렌틀」은 가지고 있으며▲대여기간으로 보아 「리스」는 길고 「렌틀」은 짧으며▲중도해약에 있어서 「리스」는 거의 불가능한 편이나 「렌틀」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애프터·서비스」에 있어 「리스」가 그의무가 없는데 비해 「렌틀」은 고장수리등 전반적인 「애프터·서비스」가 행해진다. 「리스」가 각종 기계와 기기등 덩치가 큰 물건을 주로 취급하는데 비해 「렌틀」은 자동차·가구·가전제품에서부터 의류·보석류까지 덩치가 좀작고 일시적사용으로 욕구가 충족되는 물건을 다루는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 「리스」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72년 산업은행 출자로 시작된 한국산업 「리스」가 그효시. 시장규모로 보면 78년중 「리스」계약고는 7백억원으로 초창기인 73년 20억원보다 무려35배로 증가했다. 연평균 1백28%의 신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업종별 계약내용을 보면(73~78년)음식료업이 17.1%의 구성을 나타내 수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수출편중금융 때문에 식료업등은 자력설비가 어렵다는 것을 대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명식품제조업체들이 대부분 「리스」를 통해 공장설비를 조달했다고 한다.
전체 설비투자에서 「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미국이 15%, 일본이 5%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1%에도 미치지못하는 실정이다. 「스타트」가 늦은 만큼 그 비중이 미미하다.
이는 아직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음을 나타낸다.
이에따라 최근들어 기존3사외에 새한종합금융·한불종합금융등이 「리스」업에 진출해 시장을 넘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차원의 「렌틀」업이 시작된 것은 65년께 일본의 사무기기 「메이커」에서 복사기를 빌려주기 시작한데서 비롯된다.
지난해 주요 「랜틀」업의 시장규모는 약 3백50억원으로 무시못할 업종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복사기의 시장규모는 약 1백억원. 미국의 「제록스」사와 일본의 「리코」사가 진출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소득수준이 2천「달러」에 이르렀을 때 복사기의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봐 곧 2천「달러」에 이를 가능성이있는 우리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얘기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복사기 총대여수는 3천대정도인데 이는 13년전 6대에 비해 천문학적인 성장이라 할수 있다.
시장규모는 한국「제록스」사와 「신도리코」사가 4대6정도.
정보시대의 총아로 등장한 「컴퓨터」가 우리나라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67년. 경제기획원이 많은 통계업무를 처리키위해 들여온데서 비롯된다.
지난해 국내에 설치된 「컴퓨터」(범용)대수는 2백45대로 「컴퓨터」의 수요는 연평균35%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규모로 볼 때 임대료지불액이 1백14억원정도에 이르고 있는데 「컴퓨터」업계는 81년에는 5백억원수준이 넘을 것으로 전망, 시장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미국IBM사, 미CDC사, 일본의「헤콤」사등 5개의 외국유명 「컴퓨터」회사가 진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시장「셰어」로 보면 세계「컴퓨터」의 선두주자인 IBM이 50%이상을 석권하고 있으나 임대료가 비싸다(미국에서 월 6천~7천「달러」임대가 한국에서는 1만4천「달러」).
음식점에 가면 「비닐」주머니에 넣어 소독한 물수건을 내어주는데 이물수건은 서울의 경우 5개 회사가 빌려주고 있는 것.
평이의 경우 서울시내에서 쓰고있는 물수건은 약30만장. 이를 연으로 계산하면 약9억4천만장이 되고 한 장에 5원씩하는 수수료를 곱하면 무려 47억원이나 되는 시장규모가 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렌틀」업은 다양성이나 규모가 선진제국에 비해 월등히 뒤떨어진 상태가.
가구·가전제품·「파티」용식기등 일상생활 용구로부터 보석·시계·의류등 신체의 장신구까지 빌려주는 미국등 서구의 「렌틀」업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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