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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산사태…일가 13명 덮쳐 -평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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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눈 깜짝할 사이에 빚어진 참변이었다. 충남에서는 불과 3, 4시간사이에 4백mm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내려 순식간에 한 면의 농경지가 급류에 쓸려버렸다. 새벽잠에 깊이든 한가족 13명이 때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한가족들이 희생됐다. 어이없는 재난이었다. 피해 주민들은 『당국이 평시에 조금만 재해에 대비했다면 이런 참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탄식하고있다. 서울에서는 6일 새벽 번개와 함께 한 시간사이에 22·5mm의 집중호우가 내려 4명이 압사하고 구로동의 30여 개 공장이 침수되었다. 이런 죽음의 아비규환 속에 한 주민의 기지로 42명이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산사태>
【평창=임시취재반】4일부터 내린 폭우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강원도 평창·영월 등지에서는 5일 하루사이 산사태와 급류 등에 휩쓸려 한집에 있던 가족 등 13명이 한꺼번에 때죽음을 당하는 등 모두 24명 이 목숨을 잃었다.
5일 상오4시쯤 평창군 평창읍 입탄리637 김덕순 씨(34·농업) 집 뒤 높이2백m·경사50도의 가파른 야산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50여t의 흙더미와 바위가 김씨 집을 덮쳐 비를 피해 집안에 있던 김씨와 김씨의 부인 지준각 씨(31)·장남 준기(7)·2남 진수(5)·3남 성기(3) 군 등 김씨 일가족 5명과 김씨의 장인 지종환 씨(59·농업·입탄리857)·지씨의 부인 김용례 씨(53)·장남 준수(20)·2남 준완(18) 군·장녀 현숙 양(17) 등 처가식구 5명, 김씨의 조카 이종수 군(15·영월중2년) 그리고 김씨 집에 묵고있던 이석원 씨(42·서울 봉천동) 등 옥수수상인 2명 등 13명이 흙더미에 깔려 모두 숨졌다.
지씨는 김씨 집에서 30m쯤 떨어진 자신의 집 앞 개울물이 불어나 집이 떠내려갈 것을 우려, 가족들을 데리고 사위인 김씨 집으로 대피했다가 함께 변을 당했다.
지씨의 딸 인자 양(17)은 흙 속에 묻혔다 주민들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다. 지양은 이날의 참변으로 부모와 형제·조카 등 11명의 일가친족을 모두 잃었다.
▲5일 상오5시쯤 서천군 비인면 남당리 뒷산(높이40m)에 산사태가 일어나 이 마을 유문호 씨(41)와 부인 황인숙 씨(30)·아들 장헌 군(3)·유씨의 조모 나씨(83) 등 한가족 4명과 이웃 유동근 씨의 2녀 병순 양(25)이 집이 무너져 압사했다.

<급류희생>
5일 상오3시∼6시 사이 삼척군 하장면 하사미리5반 차홍기 씨(22·농업) 한가족 8명이 잠자다 50m쯤 떨어진 강물이 불어 집이 휩쓸려 내려가는 바람에 모두 실종됐다.
차씨 일가족은 방 3간에 나누어 잠자다 변을 당했다. 윗방에는 차씨의 할머니 김연희(67)·어머니 이간난(45) 씨·여동생 미현 양(3) 등 3명이 있었고 아랫방에는 동생 준기(19)·봉기(14) 군 등 2명이 있었다.
▲5일 상오4시30분 평창군 미탄면 평안1리 김박일 씨(38·농업) 집 앞 개울물이 넘치면서 집이 유실돼 김씨와 부인 원금춘 씨(34)·맏딸 형여 양(9)·장남 형명 군(7)·생후 20일된 쌍둥이 아들·딸 등 한가족 6명이 개울물에 휩쓸려 숨졌다.
▲5일 상오5시쯤 보령군 미산면 성주리2구 강변에 살던 4가구가 급류에 휩쓸려 김창식 씨 (36) 한가족 4명 등 주민 10명이 실종되고 1명이 숨졌다.
▲5일 상오6시30분쯤 대덕군 기성면 괴곡리 갑천수영장에서 천막을 치고 야영하던 한봉구 씨(37·대전시 목동15) 한가족 7명이 갑자기 불어난 냇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 한씨와 부인 강봉운 씨(34)·둘째아들 병훈(10)·3남 병기(8)·4남 병용(6) 군 등 5명이 실종됐다.

<농경지 피해>
【서천=임시취재반】4백2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서천군 종천면 종천리는 농경지 4백90정보 중 90%인 4백여 정보가 물에 잠겨 도내 단위지역수해피해로는 가장 많은 피해를 냈다.
5일 상오 6시부터 상오8시까지 2시간동안 2백여mm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종천면 종천리에서 북동쪽으로 4km떨어진 백운저수지의 길이90m·높이3m의 제방이 무너졌다. 이 바람에 저수지에서 쏟아진 흙탕물은 순식간에 저수지 아래쪽 15정보의 논을 거쳐 종천면까지 휩쓸어 종천저수지에서 흘러내린 물과 합류, 종천리에서 바다 쪽으로 4km떨어진 종천방조제까지 밀려갔다.
충남도는 종천면의 피해상황으로 미루어 이웃 판교면(농경지5백정보)에도 이와 비슷한 큰 피해를 낸 것으로 보고있으나 현재 통신·도로가 모두 끊겨 정확한 피해를 집계하치 못하고 있으나 농경지3여ha가 침수된 것으로 추정하고있다.

<공장침수>
서울 구로동942 안양천변 8만여 평의 공장지대가 6일 상오 3시쯤부터 물에 잠기기 시작, 상오11시까지 30여개 공장이 침수되는 바람에 원료 및 기계 등이 물에 잠기는 등 공장가동이 중단됐다.
「필름」 제조업체인 해암「플라스틱」주식회사의 경우 수입원자재와 완제품 등을 야적해 놓았다가 1억5천여만 원의 재산피해를 보았으며 6일 상오 현재 물이 빠지지 않아 40여명의 종업원을 대피시킨 채 공장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공장 측은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었는데도 서울시의 철산유수지 배수「펌프」장이 가동되지 않다가 인근 공장종업원들이 몰려가 항의하자 6일 상오5시부터 가동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본사 임시취재반>
◇강원=박영신 조광희 탁경명 이석구 김현일(사회부) 김인곤(사진부)
◇충남북=김탁명 김원태 최양배 송권영(사회부) 김주만(사진부)
◇전북=모보일 이현천(사회부)
◇경기=정연복(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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