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해볼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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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 우리경제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자칫 잘못하면「스태그플레이션」의 나락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할 불길한 위기감마저 있다.
이번의 유가파동은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물량 그자체의 확보마저 어려우리라는 점에서 종전의 「에너지·쇼크」와 그성질을 달리하고있다.
유가인상을 포함 일련의 사대는 수출을 부진한상태로 몰고 갔으며 시장구매력의 격감으로 제품재고를 날로 누증시키고 있다. 자금회전도 매우 어렵다.
최악에 이른 기업수지는 현상유지 그 자체를 곤란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가동율이 떨어지고 있으며 이미 휴·폐업이 잇달아 일어나 실업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었다.
이제 기업은 불황 아래서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불요불급의 비용을 없애고 물자를 절약하며 판매되지 않는 제품의 판촉을 위해 역설적으로 적극적인 「마키팅」을 펴나가고 있다.
그러나 위축된 시장세로 판매량은 오히려 줄고 있으며 팔려 나간 물건조차 채산을 맞추어주지 못하고있는 것이다. 기업은 번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실로 생존을 염려하고 있으며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유지에 마음죄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기업이 불황을 극복하고 다시금 확대성장을 걷기 위하여는 망연자실하지 않고 철저한 합리화의 과정을 걸어야 한다. 그 이외는 방도가 없다.
성력화로 모든 투입량에 대한 다위당 생산성을 높여야만 하다. 제조업의 부가가치에 있어서 노동소득배분율이 77년말 현재 42%정도였다. 같은 해에 일본의 45%에 비교하여 큰차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수준이 일본의 4분의1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우리의 노동생산성이 그만큼 낮은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필요이상의 노동량이 투입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높은 고정비용의 부담으로 손익분기점이 높아 불경기에 이겨낼 힘이 약한 것이다.
고정비부담을 줄이는 진통을 겪어야 불황을 이기게 된다.
그러므로 유가를 비롯한 임금상승과 각종 원가고를 극복하여 경쟁력을 높이자면 생산성을 올리는 합리화작업이 마련되어야 한다.
긴축정책이 노리는 시책의 효과도 바로 이와같은 경영합리화로 기업의 자생적인 대외경쟁력을 높여가자는데 있는 것이고 보면 모든 부문에 걸쳐 감원경영이 이루어져야한다.
원자재의 절약을 통한 원자재 단위당 생산성을 높여야 하며 투입 노동력에 대한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자금난·원가고·판매부진·재고누증으로 이어지는 불황에서 기업을 회생, 발전시켜 갈길은 성력화를 통한 합리화의 길을 걷는것이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개발투자의 강화로 제품의 고품위·고부가가치화와 새상품의 개발을 해내는 「지식의 상품화」에 있다.
고성장·호경기의 시대가 옛 이야기로 사라져가고 저속성장과 불황이 현실문제로 다가서고 있는 지금우리의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생업의 터전인 직장을 보위하는 일이다. 세계적인 유가 격랑으로부터 우리 경제를 보위해야 하며 국내적으론 긴축과 불황으로부터 내 직장을 보위하는 일이다. 더 이상의 판매부진과 수출부진으로 가동률을 저하시키고 재고의 누증과 자금회전의 애로로 휴·폐업이 없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노사간의 당면과제는 배분의 방법을 논의하기에 앞서 메말라가는 배분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예지를 모으는 것이다. 따라서 노사는 불황극복에 공동운명체적 협력의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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