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빙수 주문하니 신분증 보여달라고 한다, 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7월,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됐다. 더위를 식히려고 에어컨·선풍기 같은 냉방기구를 총동원하고 입안 가득 얼음을 물어보지만 그것도 잠시. 속까지 채워진열기는 도무지 식을 줄 모른다. 이럴 때는 뭐니 뭐니 해도 빙수가 답이다. 입 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얼음에 다양한 식재료가 어우러져 더위도, 입맛도 한꺼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뻔한 빙수 말고 조금은 특별한 빙수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글=윤현주 객원기자 20040115@hanmail.net, 사진=채원상 기자

멜론 한 통을 통째로  ‘멜론빙수’

천안시 안서동에 있는 ‘슬로우 커피’는 로스터리 카페다. 그런데 매년 여름이면 커피보다 빙수가 인기다. 특히 멜론빙수는 주말 동안 100여 개가 팔릴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 멜론빙수의 특징은 멜론 한 통을 통째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멜론빙수 레시피는 아주 간단하다. 멜론 속을 파내고 그 속에 곱게 간 우유눈꽃얼음을 넣은 후 아이스크림과 멜론 과육을 얹으면 된다.

 그러나 보다 맛있는 멜론빙수를 만들기 위한 시행착오 과정이 꽤 길었다. 멜론 껍질을 그릇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과육을 떠내는 과정에서 껍질이 손상되지 않아야 하는데, 그 정도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멜론의 신선도와 맛이 빙수의 맛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정진(34) 사장은 최상급 멜론만을 고집한다.

 그리고 속을 파내고 남은 과육과 함께 고객이 기호에 맞게 빙수를 즐길 수 있도록 팥이 따로 나가는 것도 이곳의 특징 중 하나다. 멜론빙수를 찾는 이가 많아지자 멜론빙수 전용 쟁반을 자체 개발했다. 멜론빙수 가격은 1만7000원. 서너 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고, 온 가족이 즐기기 좋은 빙수다. 10월까지 판매할 예정이다.

어른을 위한  ‘깔루아더치빙수’

아산시 배방읍 최초의 카페인 ‘바실란도’에는 이른바 ‘19금 빙수’가 있다. 19세 미만에게는 절대 판매하지 않는 깔루아더치빙수가 그것이다. 깔루아더치빙수를 생각해 낸 이는 맹주일(41) 사장이다. 흔한 빙수 말고 특색 있는 빙수를 만들고 싶었던 맹 사장은 어느 날 칵테일 깔루아밀크를 마시다 ‘이거다’ 생각했다.

 은은한 커피향과 부드러운 우유 얼음이 조화를 이룬다면 성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깔루아를 이용한 빙수 개발에 나섰다. 그런데 알코올 농도가 20%인 깔루아 리큐어만으로는 커피향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카페에서 직접 내린 더치커피와 깔루아 리큐어를 혼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비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깔루아 리큐어와 더치커피의 적정 비율을 찾아냈고, 메뉴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깔루아 리큐어와 더치커피 위에 우유얼음을 넣은 후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원두커피 모양의 초콜릿을 올리면 깔루아더치커피가 완성된다. 가장 중요한 건 깔루아 리큐어와 더치커피의 비율인데, 그건 1급 비밀. 깔루아더치빙수 가격은 6900원. 사계절 언제나 먹을 수 있다.

하루 20개 한정판매 수제   ‘초코빙수’

천안시 불당동 카페거리에 위치한 카페 ‘코끼리 공장’은 독특한 인테리어, 핸드드립 커피와 주인이 직접 만드는 수제 초콜릿이 인기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여름만 되면 초코빙수가 가장 사랑받고 있다.

 초코빙수는 아주 흔한 빙수 중 하나다. 그러나 이곳의 초코빙수는 격이 다르다. 코끼리 공장의 초코빙수는 모두가 수제이기 때문이다. 빙수에 들어가는 팥무스, 초코무스, 생초콜릿, 초코 캐러멜까지 모두 안주형(33) 사장이 직접 만든다.

 매일 가게 문을 닫은 후 꼬박 3시간 이상을 재료 준비에만 매달린다. 그런데 준비하는 양이 많지 않다. 딱 20개의 빙수를 만들 재료만 준비한다. 혹시 한정판매를 마케팅 전략으로 쓰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가장 맛있는 초코빙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간혹 재료가 일찍 떨어졌을 때 손님이 초코빙수를 찾으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이 보장되지 않는 초코빙수를 팔 수는 없다고 한다. 흔히들 초코빙수는 너무 달다고 하는데, 이곳의 초코빙수는 시중에 판매되는 초코빙수에 비해 단맛이 덜한 게 특징이다. 초코빙수 가격은 1만4500원. 9월까지 하루 20명만 맛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