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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살률 10년째 1위, 노년 빈곤이 빚은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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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자리를 지켰다. 10년째 부동의 1위다. 보건복지부가 2일 발표한 OECD 건강 통계(Health Data)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가 29.1명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12.1명)의 2.4배다. 자살 사망자가 가장 적은 터키(1.7명)의 17배다. 한국이 ‘자살공화국’이 된 시기는 1990년대 중반 이후다. OECD 가입 초기인 95년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는 12.7명으로 OECD 평균(15.5명)을 밑돌았다. 그러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 불안 등 사회문제가 나타나면서 자살률이 급증(97년 15.6명→98년 21.7명)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는 사라졌지만 그 충격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자살률이 좀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외환위기 당시 회사에서 거리로 내몰린 40, 50대들은 노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장 가난하고(OECD 노인 빈곤율 1위), 자살도 가장 많이 한다. 2011년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1.9명이다. 미국(14.5명)의 5.6배, 일본(17.9명)의 4.7배에 달한다. 한국이 10년째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는 노인 자살률이다. 복지부 이중규 정신건강정책과장은 “한국의 자살 행태나 연령별 분포 등이 다른 나라와 뚜렷한 차이가 없다”면서 “노인 자살률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일본도 자살률이 높은 편이지만 중년에서 노인으로 넘어갈수록 오히려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2012년 자살 사망자(29.1명)는 전년(33.3명)에 비해 다소 줄었다. 이 추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서울대 의대 강영호(의료관리학) 교수는 “2012년 자살을 분석하면 농약을 마신 경우가 18%가량 줄었다. 이는 맹독성 농약을 퇴출시킨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면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자살 공화국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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