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3조6000억 유동성 확보 … 숨통 트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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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개선을 추진 중인 한진그룹이 3조6000억원대 유동성을 확보했다. 에쓰오일 지분과 한진해운의 벌크(원료) 전용선 사업부 매각을 통해서다.

 한진그룹 계열 한진에너지는 2일 보유 중이던 에쓰오일 주식 3200만 주(28.41%) 전량을 에쓰오일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매각 대금은 1조9830억원으로 주당 6만2000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한진그룹이 자구 계획안을 내놓을 당시 기대했던 2조20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한진그룹이 줄곧 2조원 이하를 제시했던 아람코에 밀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에쓰오일 주가가 5만6000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진으로선 “시가 대비 10% 이상 높은 수준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칼리드 알 팔리흐 아람코 총재와 만나 협상을 할 때도 두 회사 간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했었다. 당시 조 회장은 “아람코와는 오래전부터 인연을 유지해왔고 앞으로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협상 결과를 낙관했었다. 2007년 3월 2조1580억원을 들여 에쓰오일 지분을 매수한 이후 한진그룹은 지금까지 7300억원의 배당 수익을 올렸다. 단순 계산으로는 5500억여원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아울러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벌크선 사업부문 중 전용선 사업부를 사모펀드에 팔아 1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지난 3월 한진해운은 전용선 사업을 하는 ‘한국벌크해운’을 만들었는데, 한진그룹은 이날 “지난달 30일자로 3000억원을 받고 한국벌크해운을 사모투자 전문회사인 한앤컴퍼니에 매각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국벌크해운은 36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포스코·한국전력·글로비스·한국가스공사 등 4개 화주를 대상으로 원료 운반을 전담하는 회사다. 한진해운은 한국벌크해운에 1조3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떠안긴바 있다. 한진은 이로써 3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하고 1조3000억원의 부채를 줄이게 됐다.

 이번 매각을 계기로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은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한진 측은 항공기 매각(2400억원), 에쓰오일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자구 계획안과 대비해 지금까지 3조4500억원(한국벌크해운 부채 1조3000억원 해소는 별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진 그룹은 5조300억원대 대규모 자산 매각에 나서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업황도 개선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여객 부문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한진해운 역시 화물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영업 실적 개선과 적극적인 자구 노력을 바탕으로 한층 더 공고한 재무구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우려스런 시각도 존재한다. 이트레이드증권 김민지 연구원은 “저비용 항공사의 공격적 노선 개척에다 중국의 대형 공항 건설로 대한항공은 더욱 심화된 경쟁 상황을 맞고 있고, 해운 업황 개선 역시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향후 경기를 전망할 수 있는 7월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재·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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