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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색으로 33년 만에 가족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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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평생을 무연고자로 살아온 30대 남성이 유전자 정보 검색을 통해 가족을 찾았다.

주인공은 장애인 공동 일터인 삼육재활센터 작업장에 근무하는 박태선(36)씨. 그는 10일 아버지 최병호(67).어머니 박춘자(60).누나 최영례(40)씨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최윤영'이라는 본명도 되찾았다.

朴씨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복지재단 어린이 찾아주기 종합센터가 2001년 초 유전자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한 이후 가족찾기에 성공한 네번째 케이스. 하지만 앞의 경우들은 사진 등 단서가 있었기 때문에 유전자 정보만으로 가족찾기에 성공한 것은 朴씨가 처음이다.

朴씨는 1970년 생후 9개월 때 예방주사를 잘못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게다가 어머니가 갑작스레 병에 걸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보육이 힘들어지자 이웃에 살던 수녀의 주선으로 서울 시립아동병원에 맡겨졌다.

당시 병원에선 朴씨의 인적사항을 몰라 이름을 박태선으로 지었다. 그리고 부모가 나타나지 않자 무연고 아동으로 분류돼 4년 뒤 삼육재활센터로 옮겨 지금까지 생활해왔다.

그동안 朴씨는 애타게 가족을 찾았지만 단서가 없어 허탕만 치다 지난해 12월 유전자 데이터 베이스가 구축됐다는 소식에 바로 신청을 했다. 어머니 朴씨도 병세가 나아진 후 아들을 찾아 나섰으나 시립아동병원에서 자료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유전자 검사 기법을 알게 됐고 머리카락을 한국복지재단에 제출했다. 이렇게 접수된 모자(母子)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지난 8일. 센터 측은 즉시 만남을 주선했다. 하지만 朴씨는 가족과 만난 뒤 아버지가 뇌경색증으로 쓰러져 입원 중이란 얘길 듣고 바로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朴씨는 "그동안 기억을 되살려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TV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에도 나가는 등 부모님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허사였다"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렇게 부모님을 만난 것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문의:한국복지재단 어린이 찾아주기 종합센터 02-777-0182.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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