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특허전략이 신약개발을 앞당긴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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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도 전략이다. 의약품은 강력한 특허권으로 엄청난 수익을 보장받는다. 그런데 임상을 거쳐 상용화에 성공했는데 핵심 특허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신약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너도나도 간단하게 동일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헬스케어 분야는 일단 연구개발을 진행한 한 다음에 특허를 출원했다. 요즘에는 다르다. 전략적으로 특허 출원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선별한 후 선택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신약 R&D 비용·효율성을 향상시킨다.

▲한국지식재산전략원 허태호 전문위원이 메디칼 IP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전략원 허태호 전문위원은 “메디칼 특허(‬IP) 전략에 따라 신약 R&D를 진행하면 연구개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특허 인프라를 구축해 강력한 특허를 창출한다. 또 공동개발·전략적 제후 등 라이선싱 전략을 세우고, 핵심특허 무효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그는 중앙일보 헬스미디어가 ‘병원의 성공적인 미래, 빅데이터와 특허에서 찾다’를 주제로 진행한 2014 빅 메디 포럼에서 ‘Healthcare, Medica IP의 활용과 창출 사례’을 주제로 의료 특허 가치에 대해 강연을 했다.

메디칼 IP 적용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천연물 산업이다. 천연물은 인공적인 제조물 외에 육상 및 해상에 생존하는 동·식물 등 생물과 생물의 세포 또는 조직 배양산물 등 생물을 기원으로 한다. 천연물신약이 대표적이다. 2000년 이후부터 천연물 산업이 지속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 관련 기술개발이 강화되고 있다.

허 전문위원은 “천연물신약 등의 특허 확보 가능성을 고려해 연구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메디칼 IP”라며 “천연물 R&D 방향을 제시해 연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진행하는 것이 스크리닝이다. 일차적으로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신약 개발단계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동의보감이나 전통적은 한의약 처방 등을 근거로 예상되는 효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효능검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허 전문위원은 “여기서 얻어진 결과를 토대로 천연물신약 등을 개발하고 특허를 확보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능성 식품 스크리닝을 위한 간단한 효소/세포 실험을 계획한다고 가정하자. 한 가지 기능성에 대해 일반적으로 120종의 자원을 스크리닝한다. 이 과정만 약 3개월이 소요된다. 비용도 최소 6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만일 6종류의 기능성 물질을 한꺼번에 점검한자면 그 비용이 3억 6000만원으로 껑충 뛴다.

허 전문위원은 “통상적으로 효소/세포 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으면 이때부터 특허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핀다”며 “천연물 분야는 힘들게 효과를 찾아도 신규성·진보성 등을 입증하지 못해 기능성 특허로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식재산전략원 허태호 전문위원이 메디칼 IP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실제 국내 전통처방과 문헌을 기반으로 인지능력개선연구를 중심으로 천연물 20개의 선행기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천연물 20개 중 고작 5개를 제외하고는 이미 인지능력개선과 관련한 특허가 출원돼 있었다. 가령 인지기능 개선 효과로 유명한 은행잎은 16개의 특허가 출원되는 식이다. 일부 천연물은 무려 97개나 특허가 출원된 경우도 있다. 허 전문위원은 “특허가 중복됐다면 천연물 연구개발을 진행해도 신규 특허로 인정받기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물론 특허가 전혀 출원돼 있지 않은 천연물이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는 “아직 인지기능개선과 관련해 효능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것일수도 있지만 약효가 예상과 달리 전혀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메디칼 IP는 크게 특허성·기술성·시장성으로 나눠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인다. 연구개발을 진행할 때 우선 특허 가능성이 존재하는지를 파악한다. 이후 R&D 기술이 적합하고 경쟁성이 뛰어난지 등을 점검하고 적용범위 시장진입성 등 파악한다. 단계별 분석을 통해 중복 특허에 투자를 막는다.

허 전문위원은 “강력한 특허권을 확보가능한 천연물을 순서대로 연구개발 우선순위를 정해 전체적인 R&D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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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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