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자회견을 두려워하는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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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홍원 총리 유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인사제도의 개선책도 밝히고 국회에 인사청문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창극 파동의 심각성과 인사 난맥에 비추어 대통령의 설명은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미진하다.

 이번뿐 아니라 대부분 대통령은 수석회의를 빌려 해명하곤 하는데 이는 적절하지 못하다. 수석회의는 국민 상대 설명회가 아니라 청와대 내부회의다. 문창극 사퇴나 정홍원 유임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문들과 연결돼 있다. 지지율 하락에서 보듯 국정운영과도 밀접히 연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이 궁금해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짧게 말할 게 아니라 정면으로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어느덧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두려워하는 지도자’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연두회견 이래 기자회견은 한번도 없다. 그만큼 그가 실정(失政)에 대한 언론의 추궁을 두려워하고 국정의 주요 쟁점을 설명할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수석회의에서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됐다”는 걸 동시에 지적했다. 어떤 게 ‘먼지’인지, 여론재판이 있었다면 대통령은 왜 막지 못했는지, 유임된 정 총리가 과연 국가개조를 지휘할 힘이 있는지 국민은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게 많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 달 전 백악관 대변인의 브리핑 도중 불쑥 들어와 대변인 교체를 발표하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고는 떠나고 들어오는 이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미국 대통령은 대변인 하나도 그렇게 중히 다루는데 한국 대통령은 총리 파동으로 나라가 들썩여도 구중궁궐에 혼자 앉아 있다.

 대통령은 평시에 검증을 통해 인재 풀(pool)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리가 제시되지 않는데 검증에 응할 이가 얼마나 될까. 신설되는 인사수석실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일단 후보가 정해지면 대통령이 정면에 나서 지지를 구하는 게 야당의 과도한 정치공세를 차단하는 길이다.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서 야당의 양보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