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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관피아는 정경유착·부정부패의 원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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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관피아(관료 마피아)’ 방지를 위한 취업제한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나왔다. 그간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국가적 의제로 대두된 관피아 척결에 박차를 가할 때다.

 어제 헌법재판소는 금융감독원 4급 직원 2명이 공직자윤리법 제3조와 제17조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금감원 4급 이상 등에 대해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 퇴직 전 5년간 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규정(17조)의 합헌성을 인정했다. “직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 목적과 수단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퇴직 후의 취업을 목적으로 재직 중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거나 ▶퇴직 후 재취업한 특정업체를 위해 재직 중 취득한 기밀이나 정보를 이용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러한 헌재 결정은 일단 금감원 직원도 취업제한 및 재산등록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이지만 그 취지로 볼 때 공직사회 전반에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헌재는 “이른바 ‘관피아’ 현상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정경유착 및 각종 부정부패의 원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재직 중 특정 기업을 봐준 뒤 퇴직 후 그 업체에 재취업하는 전관예우 내지 낙하산 인사 관행을 없애지 않는 한 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학연·혈연·지연에 직연(職緣)까지 갖가지 연고주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서 유착의 폐해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처리는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다. 변호사·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이 있는 법조계·국세청 등의 퇴직 공직자들은 취업 심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보완 입법은 인사 파동 속에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정부와 여야는 공직사회 개혁의 약속을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