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영화천국] 잠…운동…'배우 時테크' 총천연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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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배우들은 촬영장에서 대기하는 동안에 뭘 하는지 궁금하다. 영화는 TV 드라마와 달리 촬영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많다고 하던데.

(A) 어떤 배우는 "영화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라고도 했다. 한 송이 국화꽃(한 장면 OK)을 피우기 위해 이들은 봄이건 겨울이건 허벅지 찌르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만 하는 것이다.

수많은 '컷'과 'NG'의 외침도 그렇지만 배우들을 기다리게 하는 주범은 조명 세팅. 조명 세팅하는 데만 30분에서 한시간은 우습게 흘러간다.

그렇다면 영화배우들은 뭘 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보낼까. 대개의 경우 스타크래프트행(行)이다. 게임 삼매경에 빠지나? 천만에. 스타크래프트는 연예인들이 많이 타는 고가의 외제 밴이다.

기자는 한번도 타보지 못했지만(T.T) 실내가 넓고 쾌적해 이동 시간이 많은 연예인들이 애용한다고 한다. 여기 들어가서 잠도 자고 책도 보고 화장도 고치는 것이다.

갑자기 주어진 시간 앞에 쩔쩔매는 건 주로 신인들이다. 특히 '5분 대기조(5분 만에 조명 세팅하고 빨리 빨리 찍기)'생활에 익숙한 TV 출신 배우들은 벚꽃놀이 가서 길잃은 어린애처럼 된다. 18일 개봉하는 '오! 해피데이'로 스크린에 데뷔한 장나라가 그랬다.

늘 '찍고 빠지는'일에 익숙하던 장나라에게 한번 찍고 한시간 기다리는 영화 촬영은 경악스러울 수밖에. 그러나 이 명랑소녀는 곧 자신만의 비기(秘技)로 난국을 돌파했으니 바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보내기와 새우깡 먹기였다.

배우로서 구력이 좀 붙으면 시(時)테크에도 능숙해진다. 다음은 영화 관계자들이 전하는 알뜰파들. 노래를 부르며 시름(?)을 잊는 배우도 있다.

'봄날은 간다'로 스타덤에 올라 요즘 스릴러 영화 '거울 속으로'를 찍고 있는 유지태. 그는 김광석이나 유재하의 노래를 즐긴다. 유지태가 '사랑하기 때문에'를 부르기 시작하면 어느새 온 스태프가 합창을 하게 된단다.

'쉬는 시간이라고 예외일쏘냐'며 자기 관리에 몰두하는 배우도 있다. 지난해 멜로 영화 '밀애'를 찍던 이종원은 틈만 나면 팔굽혀펴기를 했다고 한다. '밀애'의 노출 장면에서 슬쩍 슬쩍 보였던 멋진 근육은 알뜰한 시간 보내기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제일 사랑받는 건 '배우인지 스태프인지…'형이다. 무늬만 배우형이라고도 한다. 얼마 전 '실미도'촬영에 들어간 설경구는 지난해말 인터뷰할 때 "현장에서 사람들하고 농담하고 술 마시는 맛에 배우한다"고 했다.

조연으로 명성을 얻은 성지루는 기자재 운반 등 잡일을 거들어주는 통에 종종 조명팀으로 오해받기도 한단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틈만 나면 스타크래프트 안으로 기어들어 가는 배우보다 옆에서 같이 부대끼는 배우가 이쁜 건 당연지사다.

당부 말씀 한가지. 영화 보다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호기심 영화천국에 기탄없는 질문 보내주시라. e-메일 주소는 아래에 있네요.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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