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타이」의 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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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새는 다시 폭 6cm짜리의 좁은「넥타이」가 유행이다.
「넥타이」의 역사를 펼쳐보면 호황때에는 폭이 넓어지고 불황때에는 소폭의「타이」가 유행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77년봄까지는 폭11cm짜리「파리·모드」의「넥타이」가 온세계를 주름잡았었다.
그건「크리스티앙·디오르」나「이브·생·로랑」의 인기가 대단했던 탓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호황덕분이었다.
그때에도 「이탈리아」의 「넥타이」에는 8cm나 6cm짜리가 많았었다. 경기가 「프랑스」만은
못한 때문이었다 할까.
물론 영국신사의 전통적인「넥타이」의 폭은 8cm다. 이것만은 호·불황과 전혀 관계가 없다.
그처럼 융통성이 없기때문에「영국병」이 생기는거라고 빈정대는 사람도 있다.
작년만해도 폭넓은「넥타이」를 고지하는「파리」의「넥타이」업자와 8cm 이하의 영국·「이
탈리아」·미국업자들 사이의 혼전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올부터는「파리·모드」도 8cm이하로 좁아들었다. 불경기가「파리지앵」의 멋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그나마「넥타이」를 요새는 아예 매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6월부터 공무원들
은「노타이」차림이다.
주미「오스트리아」대사관의 외교관들도 올 여름부터「노타이」·반바지·반소매의「사파리」
복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물론 불황보다는 더위 탓이 더큰 이유다.
아닌게 아니라 여름에 단정하게 「넥타이」를 맨다는 것은 어느모로나 어색하다.
『우리는 왜「넥타이」처럼 부자연스런 것의 고통을 견뎌야 하느냐』면서 2년전에「사모아」의
한 상원의원이 「넥타이」금지법안을 낸 적이있다.
그 후 이 법안이 통과됐는지 여부는 확실히 알 수없지만, 남태평양의 화열하에「넥타이」의 신
사복이란 분명 정상이 아니다.
도시 영국의 여름은 복중에도 26도를 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기에 영국의 신사들은 「넥타
이」를 매고「플란넬」천의 두터운 옷을 입고도 견딜 수 있다.
그런걸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속에서 우리가「넥타이」를 매왔던 것도 따지고 보면 만화감이
다.
다만 여름옷이라고 해서 「넥타이」만 풀어젖히고 다니는 것도 너무 멋없는 일인것만같다.
「필리핀」사람들은 공식석상에 이른 바「바론다·가로그」복을 입고 나온다.
인도사람들에게는 또「도티」며「네루」복이 있다.
모두 더운나라 사람들의 지혜가 만들어낸 시원한 옷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우리나름의 독특한「패션」을 만들어낼만도 하다.
냉방도 없는 무덥고 긴 올여름을 멋지게 이겨낼수 있는 삶의 지혜와 멋이 새삼 아쉬워지는 계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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