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문학 재평가할 때|평론가 구중서씨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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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정치적 다원화시대에 접어들면서「아시아」·「아프리카」·중동·중남미지역등 제3세계
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이 지역에 대한 문화적 이해의 노력은 정치적 측면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계기로 평론가 구중서씨가 발표한『제3세계와 한국문
학』*8일 한국일보강당)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제3세계의 문학경향을 밝힌 것으로 관심을 모
으고 있다. 다음은 구씨의 발표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가난의 문제는 별도의 경제 문제가 아니고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누려야 한다는 기본인권에 속
하는 것으로 문학의 보편적 주제가 될 수 있다.
「아프리카」가 미개하다는 표현은 편견이며 이것은 『「아프리카」유 유산』이란 책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의 유산』은 영국의 「쿨리어·북스」사가 펴낸 것으로 「아프리카」의 시·소
설·전설 등을 묶은 것. 이책으로 하여「아프리카」인들의 전통적 활력의 자질, 인간관계를 질서
짓는 예민성등이 높이 평가되었으며 서구의 사람들이 편견에서 벗어나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프리카」엔 작가「케네타」, 시인「상고 르」를 비롯한 상당한 수의 세계적 문인들이 문학
활동을 하고 있고「라틴·아메리카」에선 소설가「아스투리아스」와 시인「네루다」가「노벨」문
학상까지 받을 정도로 그 지역의 문학활동이 세계문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3세계의 문학은 사회현실 속에서 인간옹호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경향은
20세기이래 서구문학에 결핍되어온 역사성·민중성·도덕성의 한계 등을 극복하여 세계문학의 재
건에 기여할만하다는 정망을 갖게하고 있다.
또하나의 다른 특징은 제3세계 문학은 세계문학안에서 지배욕이라든가 획일화를 조장할 성질의
것이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각 민족의 고유한 전통의 꽃밭에서 키운 꽃을 세계문학의 광장에 보
태주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한국문학에서도 최근 제3세계 문학성향과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70년대 후반부
터 민족문화의 재인식이 시작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관료사회주의·기술자 민주주의·권력민주주의등 현세계가 당면한 난점들을 넘어서 인간의
소외되는 세상을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문학의 본질속엔 고려가요와 판소리등 서민토대의 분출적 문학성향이 전통적으로 이
어내려오고 있는것과 일맥 상통하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 민족문학도 세계문학에 대해서 예속적
인 것이 될 수 없고 대등하게 또는 선진적으로 참여하게 공헌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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