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연극성」과시|「올비」내한공연을 보고 한상철<연극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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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0년대 이후의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뛰어난 작가라면「에드워드·올비」를 꼽아야 할 것이다. 그는「오닐」「밀러」「윌리엄즈」와 더불어 한국에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극작가이기도하다.
그가 이번 작가겸 자작연출가로서 처음으로 한국에와 호기심에 찬 한국의 관객에게 그의 연극을 보여주었다.
그의 공연은 한마디로 맑고 간결하고 정확성을 기도한 공여이었다. 그의 무대는 요란스럽지도 않고 과장기도 없으며 아무런「트릭」을 쓰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대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관객은 다른 연극적 재미를 기대했다가 오히려 지루함마저 느꼈을는지 모른다.
무대가 전체적으로 활력에 넘쳐있지 못한것도 뭔가 답답함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의 연극성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올비」의대사의「리듬」있는 아름다움, 동작과「제스처」의 유연함과 자연스러움, 정확한「타이밍」과 인물 상호간의 섬세한 주고 받음, 간결하면서도 조화된 무대의 색조, 한 연기자가 동시에 여러 다른역을 해낼 수 있는 그 소화력, 아마 이런 것은 한국의 연극인들에게 인상에 남을만한 것들이었을 것이다.
초기의 두 작품과 최근의 두 작품을「레퍼터리」로 한 이번 연극은 그만큼「올비」의 다양한 연극세계를 보여주었다.
우리에게 잘알려진 초기작과는 매우 다른 후기작들은 다분히 사적이고 심리적이며 말에대한 탐구와 실험이 강한듯했다.
순회공연이라 소수의 연기자로 여러 역을 감당해야되는 무리와 한계(특히『청취』의 소녀역)는 어쩔수 없었다치고, 『동물원이야기』에서「제리」는 그 폭과 깊이가 부족, 감동을 주지 못한 반면『미국의 꿈』의 할머니 역을 맡은「새디·본드」는 탁월한 연기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퍼트리셔·킬개리프」의 맑고 낭랑한 목소리 또한 인상에 남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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