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속에서「오르간」소리…공원유치원|강서구 부녀회원들, 유치원 못 가는 어린이들 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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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너하고 나하고 친구 되어 사이좋게 지내자』-.
가정형편이 어려워 유치원에 못 가는 동네 꼬마 1백5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서로 손잡고 정답게 지낼 것을 다짐했다.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할머니들도 어린이들 못지 않게 기뻐했다.
신월1동「공원 유치원」이 26일 정오를 기해 59「블록」새마을어린이 놀이터에서 문을 열었다.
돈 많은 집 자녀들이 다니는 그런 유치원은 아니다. 어린이 놀이터 한쪽에 쳐 둔 20평 짜리 천막 2개와 빌어다 놓은「오르간」이 시설의 전부다.
하지만 이 지역 어린이들에겐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이 공원 유치원은 강서 구청 새마을 부녀회원들의 뜻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5월초 세계 아동의 해를 맞아 어린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 줄 보람있는 일은 무엇인가 생각하던 끝에 영세민이 많이 모여 사는 이곳에 무료유치원을 열기로 의견을 모았던 것.
새마을 부녀회원들은 이 계획을 구청에 설명.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 받았고 관내 13개 유치원에서도 2∼3명의 교사를 4일간씩 무료 출강토록 한다는 지원약속을 받아 공원 유치원의 문을 열었다.
공원 유치원의 1기「코스」는 1개월간. 강서구 관내 18개 동을 순회하며 개설된다.
대상어린이는 만4∼6세까지의 미취학 어린이들로 매일 하오2∼4시까지 2시간씩 지도한다. 지도과목은 동화 들려주기·노래·그림 그리기 등으로 집단생활의 적응력을 길러 주고 정서를 일깨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공원 유치원 개실 소식을 듣고 제일먼저 달려가 등록한 박미자씨(36·신월동 산29의 39)는『교육기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며 부모들이 조금씩 부담해서라도 1년 정도로 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녀 회 황복녀 회장(40)은『어린이들이 무척 흥미를 가져 다행』이라면서『야외이기 때문에 봄과 가을의 좋은 날밖에 개원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싹싹 닦는다, 윗니 아랫니, 싹싹 닦는다, 앞니 어금니. 이 잘 닦는 아기는 웃을 때 반짝반짝 보기 좋아요』-. 뒷골목 아무 데나 위험하게 놀던 개구쟁이들은 어젠 모두들 놀이터 유치원에 정답게 모여 앉아 선생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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