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패턴 바꿔놓은 긴축|사치품일수록 잘 안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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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 치과병(의)원을 찾는 환자수가 많이 줄었다. 불황의 조짐을 알리는 신호인 것이다. 금융긴축의 효력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불황에 민감한 소비품목의 매상이 많이 줄고 있고 그 상점마다「바긴세일」을 써 붙이고 쌓이는 재고처리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내 치과병원의 경우 아픈 이를 빼러오는 환자 수는 여전해도 뺀 이를 해 넣어야 할 보철 환자 (금니 1개에 12만원)는 최근 한달 사이에 30∼40%가 줄었고 당장 급하지 않은「스케일링」을 하려 병원을 찾는 사람도 평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명동의 고급양품점 골목에는 상점의 30% 정도가 정가의 30∼50%의「바긴세일」을 써 붙였으나 이 달 들어 손님은 절반 가량 줄었다는 것이 상인들의 주장이다.
고급의류를 취급해온 K양품점 (서울명동) 은 오늘 폐점, 50%할인 을 써 붙이고 재고를 처리한 후 28일부터 아예 값싼 보세품 가게로 전업했다.
여느때 같으면 여름용 구두로 한참 성수기를 맞았을 구두점들은 매상의 40∼50%가 줄었다.
금강제화의 경우 하루평균 남자구두 1백켤레, 여자구두 1백7O켤레를 팔았으나 각각 50켤레, 1백20켤 레밖에 안 팔리고 있으며 중심 가의 10여군데 「살롱」구두점은 비싼 임대료도 못 물고있어 가게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약국의 경우도 치료제이외의「비타민」제나 간장약 등 영양제 및 예방약은 1개월 전에 비해 매상의 40%정도가 줄었다.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70%나 성장했던 고가구 나목각·자기류는 작년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이름 깨나 있는 사람의 그림이면 내놓기가 무섭게 팔리던 인사동 화방골목도 거래가 한산해졌다.
고급「아파트·붐」을 마고 주문이 밀릴 정도로 성업을 하던 퇴계로·충무로 일대의 고급 맞춤가구점 들이나 실내장식 전문점들도 지난해 가을에 비해 주문이 절반으로 줄었다.
안경점의 경우「마진」이 큰 여름철「선글라스」가 본격적으로 팔려야 할 때인데 도 아직 찾는 손님 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고 문방구점도 일반기업체의 경비 절약 책에 따라 사무집기 매상이 이 달 들어 30%가량 줄었다.
고가품인 「피아노」도 수요가 많이 줄어 S백화점「피아노· 코너」의 경우 하루평균 2∼3대 정도 팔 리던 「쉼멜」「이바하」등 외제「피아노」는 최근 한달 사이에 찾는 사람이 거의 3분의1로 줄었다.
한때 날개 돋친 듯이 팔리던 한입 식품류는 금년 들면서부터 재고가 쌓이기 시작, 「거버」 이유식 의 경우 3백50원 하던 것을 최근 80원에까지 팔아 치우고 있다.
이 같은 불경기 현상은 변두리보다는 중심 가의 상점일수록, 생필품보다는 고가품 일수록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에 따라 열화업계 등 일부 「메이커」들은 생산 조절 및 보장축소 작업에 나선 것으 로 알려 졌으며 일반산매점들도 재고 처리를 서둘러 불황을 덜 타는 업종으로 전업할 것을 모색중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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