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살지 않는 「새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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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음· 매연등 각종 공해로 서울의 새집에 새가 깃들지 않는다.
서울 남산· 인왕산·도봉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들새인 박새· 쇠박새· 찌르레기· 흰눈썹황금새의 서식처.
서울시가 78년 초부터 애조사상을 기르고 자연보호 「캠페인」의 하나로 지금까지 남산(78만평)과 인왕산 (1천2백20만평) 에 달아 놓은 새집은 1만여개.
그러나 이가운데 10%정도인 1천여개만 새들이 이용할 뿐 나머지는 새들의 잠자리나 부화장소로는 부적합하여 대부분의 들새들이 집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조류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서울시가 달아 놓은 새집이 새집들은 남산·인왕산등의 관광도로·순환도로나 큰길에 가까운 나무에 설치되어 전시효과만 노린듯한 인상. 큰길가쪽 사람눈에 잘 띄는 곳의 소나무 · 「아카시아」·참나무등 줄기에 1·5∼3m 높이로 못질을 해 새집을 걸어 놓고 있다. 1m 간격으로 나무마다 촘촘히 걸려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큰 나무엔 한나무에 3, 4개씩 걸어 놓기도 했다. 소음과 매연 때문에 새들이 살수 없는 위치다.
또 남산 회현동 입구에서 장충단공원에 이르는 순환도로(3·25km)에서 볼수 있는 새집 2백여개 가운데는 출입구경이 무려 12∼15cm나 되는 것이 반수 이상이다. 이경우 작은새가 번식중에 큰새가 침입하거나 심지어 다람쥐·뱀등 다른동물의 습격을 받게 된다.
남산의 새집을 둘러본 조류연구가 원병오교수(경희대 조류연구소장)는 매연·소음의 공해속에서 야생조류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은 산·공원에 인공등 우리를 지어주는 것이라며 남산등지의 새집은 설치장소나 형태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들새들에게 필요한 새집의 크기는 출입구경이 2·8∼3·5cm이어야 하고 ▲나뭇가지가 없는 곧게 자란 줄기에 매달아 주고 ▲출입구는 하늘을 향하지 않고 앞으로 숙여지도록 해야하며 ▲새집 출입구는 최소한 2m 이내에 다른가지가 없는 곳 ▲새집은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좌우로 기울지 않고 ▲일광의 직사나 강풍을 맞지 않아야 하며 ▲소음이나 매연을 피해서 실치하고 ▲사후관리가 손쉬운 곳이어야 한다.<문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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