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하는 민전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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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미술의 새 길잡이가 될 제2회 중앙미술대전이 6월4∼l7일 덕도궁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열린다. 역량있는 신인의 발굴과 한국화단의 새전통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제1회 중앙미술대전은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동양화·서양화·조각 부문의 신인공모전(28일 작품접수)과 기성작가의 초대전을 병행하고 있는 중앙미전의 제2회 개최를 앞두고이 미전의 성격 바라는 신인상, 1회수상 작가들의 바람을 上· 中· 下로 나누어 싣는다.
두회의 모든 양상이 세분화되고 발달함에 따라 현대의 미술도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생을 띠게 된다. 우리나라도 최근의 경제고도 성장에 따라 문화·예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다채롭고 새로운 미술의 전개가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구조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획일적으로 흐르고 있다. 기존작가들은 타성에젓어 개성없는 작품을 양산하고 있으며 신진들도 쉽게 기성의 아류에 편승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한동안 물의를 일으켰던 「파리·그랑팔레」전의 평가 또한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확일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수 있다.
이런 희일성의 문제는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역사가짧아 미술응이 얕다든가 과학적인 미술교육의 부재, 또 작가들의 재능을 다각도로 발굴해줄 등룡문이 좁다는 것등 복합적인 이유에서 발생하게 된다.
특히 관주도하의 국전이유일한 공모전으로서 권위를 지켜왔다는 사실은 한국미술의 자율적인 발전을 늦춰온 요소로 꼽을 수 있다.
『예술에서의 획일성은 예술 그 자체를 죽이는 일』이라는 미술평론가 이경성교수의 말로 미루어 볼때 여러가지 경향의 작품을 수 용할 민전개최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외국의 경우 관주도하의 공모전은 사라진지 오래다. 일본은 30년대에 이미사단법인체로 운영체제를 바꿨으며 「프랑슨」도 민전의 성장에 따라 명성있던 관전은 구시대의 유물로 남아있다.
관전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보다 폭넓게 한국미술을 수용해보자는 것이「중앙미술대전」이 내거는 「모로」다. 특정한 성격이나 경향을 제시하지 않는데 다소의 문제가 없지도 않지만모든 미술가가 자기 체질에 맞는 개성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중앙미전의 기대는 민전의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이경성교수는 『자기예술을고집하는 작가가 드문것이 한국 화단의 병폐다. 민전은 어떤 집약적인 성격을제시하기 보다, 내일의 한국미술의 다양한 성격 형성을 위해 작가의 개성을 추진하도록 기풍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성속에 우리의 정신과 사고와 생활에맞는「오리지낼리티」를 찾아내야하는 것이 오늘 우리 화단이 해야할 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적인「오리지낼리티」란 과연 어떤 것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미술펑론가 이귀열씨는『전통적인 소재를 다룬것이 우리의「오리지낼리티」 는 아니다.
너무 한국적인 소재에집착하면 창작정신이 저해받을 여유가 있다. 자유롭게 그 시대의 정신을 반영함으로써 참다운 독창성을발휘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자유로운 창작정신으로 관념적이거나 流行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오리지낼리티」를 찾는 길이다.
중앙미술대전이 내건「개성」 과 「다양속의 공존」은 작년 1회전을 통해 볼때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동양화부문에서는 재료를 다루는 법이 두드러졌으며 특히 채색화의 재료를 현대감각을 찾아 새롭게 시도한 점, 서양화 부문에서는 시대성을 반영하는「리얼리티」있는 작품이 많았다는 점, 조각부문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선명히 @출된「프레시」한 신인들의 참여가 많았던점(이상은 1회때의 심사평)등이 성과로 꼽혔다.
그러나 ??이나 한국적이란 것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데서 오는 혼란과 꿰뚫는듯한 정신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한국화라고 해서 골동품이나 문짝등의 소재를 구할것이 아니라 현대정신으로 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보다 폭넓은 조형사고를 가져야할 것이다. 【이재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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