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존중하는 풍토를 가꾼다|「전국민과학화 운동」에 붙여 박성래 <한국외국어대교수·과학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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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는 지난달 13일「종합과학기술심의회」를 열고「전국민 과학화운동기본계획」을 확정, 전국민의 과학화운동을 적극적으로 펴나가기로 했다.
과학운동의 주요사업은▲생활과학책자발간▲과학신문발간▲대학에 생활과학과 및 농업기계과설치▲과학고등학교설립등 새로운 조치와 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과학기술처가 추진하고 있는 <전국민의 과학화운동>은 다음 2가지 목표를 겨냥하고 있다.
첫째 과학존중의 풍토를 만들어 많은 유능한 젊은이들을 과학자 지망으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노동집약적인 산업구조로 경제적자립을 향해 발돋움 해온 70년대와는 달라서 한국은 이제 80년대에 접어들면 외국기술 도입만으로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수 밖에 없다.
독창적 과학기술수준을 이룩하는 것은 80년대 한국경제의 급선무이며 이를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를 과학기술계로 끌어 들여야 한다.

<과학학 운동>의 둘째 목표는 우리 사회에 깊숙이 도사리고 있는 불합리·부조리를「과학정신」을 이용하여 추방하려는 것이다. 과학의 합리적정신이 미신의 추방은 물론 온갖 사회적 부조리까지 도려내 줄 수 있다면 과학운동은 한민족의 의식구조에 혁명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 목표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의 당연한 일이다. 이를 위해 과기처는 기초과학 육성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학교교육의 개선을 위해 교과서 개편등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른 문교부와의 유기적 협조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대학에서의 교양과학 교육문제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흠이 있지만 일단 기대를 걸어 볼만하다.
그러나 두 번째 목표, 과학의 대중화가 국민의 의식구조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기대는 좀 지나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과학상식의 보급은 미신의 타파 정도에는 효과가 조금 있겠지만, 과학에 내재하는 합리적 정신이 우리사회의 부조리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리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인 것이다. 이런 목표에서라면 차라리 잘 쓴 소설 한편을 읽히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늘 과학운동을 필요로 하는 제일 큰 이유는 80년대의 국제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한 힘으로서의 과학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를 위해 과기처는 학교교육의 개혁이외에도 몇가지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에 과학운동을 결합시키고 여성단체와「매스컴」을 통한 생활과학의 보급이 계획되고 있다. 「과학신문」도 발행하고 과학영화등도 수입할 계획이다. 이상하게도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과학잡지」육성은 계획에 들어있지 않다.
과학잡지 및 전문지의 육성은 전국민의 과학에 대한 꿈을 지속적으로 길러주는데 절대로 필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들 모든 계획은 그것을 수행해갈「전문가」가 없어서는 불가능하다. 이번 과학운동의 한가지 계획으로 정부가 일부대학에「생활과학과」를 설치하려는 것은 바로 이를 위한「전문가」의 양성을 위해서인 모양이다. 그러나 여기 특히 주의해야할 것은 지나친「생활과학」의 강조는 자칫하면 본래의 목표에 역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과학자를 지망하는 것은「아인슈타인」이나「파스퇴르」같이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꿈때문이지 자기집 전기밥솥을 고쳐보겠다는 현실때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국민의 과학화운동>을 지속적인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 운동을 계속 담당할「전문가」를 하루속히 길러야 한다. 그들은 과학기자·과학사회학자·과학정책연구가·과학「프로그램」「프로듀서」등등이 되겠고 그들을 훈련시키는 대학의 학과는 <생활과학과>라기 보다는 <과학과 사회과> 또는 <일반과학과>쯤으로 부르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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