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련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부터 고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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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은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계기로 인사청문제도 개선 움직임이 일자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부터 고치라고 맞섰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26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문창극 사태 이후 청와대와 여당이 제 눈에 들보를 감추려고 하고 있다”며 “지금은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고쳐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2006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노무현 정부 개각을 앞두고 “야당은 영어로 ‘반대하는 당(opposition party)’라는 뜻인데, 우리가 반대를 안 하면 누가 하겠나”라고 말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젠 대통령이시니까 이런 말들을 잊어버리셨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겠지만 야당이 야당 역할을 못하면 나라는 썩게 된다”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 청문회는 국세청과 경찰청에서 수백 개의 항목에 대해 사전조사를 다 하고 지인들의 평판까지 다 채집한다. 그런데 (낙마한)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의 경우 후보 지명 이틀 전에 사전검증에 동의하겠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며 사전검증 소홀을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의 청와대 책임론은 지난 24일 문 전 후보자의 사퇴 회견 이후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당 핵심 관계자는 “문 전 후보자 사퇴를 둘러싸고 동정론과 함께 마녀사냥식 청문 제도를 문제 삼는 여론이 심상찮은 게 사실”이라며 “야당이 발목잡기 해서 국정공백이 생겼다는 쪽으로 여론이 조성될 수 있어 청와대의 잘못을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새정치연합에서도 인사 청문제도 개선 자체에 대해선 필요성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가족들 관계나 극히 사적인 영역은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세청장 인사청문회를 거친 경험이 있는 이용섭 전 의원은 통화에서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데 (청문회는) 완벽성을 요구하니까 나도 그때는 겁이 났다”며 “청문회가 약화돼선 안 되지만 신상 문제 위주로만 들여다보면 한정된 인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업무를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청문회가 무서워 고사하는 경우가 꽤 많다”며 “특히 사실 확인도 안 됐는데 의혹부터 던져놓고 후보의 명예를 실추시킨 청문위원에 대해선 국회윤리위에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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