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살았다면 남은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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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가 사실상 함락되면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여전히 살아 있다면 그의 마지막 선택이 무엇일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세인이 은신처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은신처로는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백40km 떨어진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가 꼽히고 있다.

이라크의 공화국수비대가 여전히 도시를 장악하고 있고 후세인도 이곳 사람들을 중용해 주민들의 후세인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티크리트에 근거지를 두고 친위대원 등을 동원해 자살폭탄 공격을 벌이거나 그동안 은닉해 둔 화학무기를 사용해 연합군 피해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 반체제단체인 쿠르드애국동맹(PUK )기관지도 8일 "후세인은 두 아들을 데리고 이미 티크리트로 잠입했으며, 그곳을 거점으로 마지막 항전을 벌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후세인 주변엔 결사항전을 맹세한 병력 수천명이 잔존해 있으며 이들의 최후 저항지는 당연히 티크리트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도 이에 대비해 바그다드에서 티크리트로 가는 길목을 엄중 경계하고 있으며, 이라크군의 저항 의지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9일 티크리트에 대대적인 공습을 했다.

둘째로는 국외 망명을 선택할 수 있다. 바그다드에 산재한 대통령궁의 지하터널을 이용해 연합군의 포위망을 뚫고 비밀리에 시리아 등으로 숨어드는 것이다.

아랍권에서는 미국의 중동정책에 불만을 품고 후세인을 영웅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므로 이들의 도움으로 몸을 숨긴 뒤 향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알 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처럼 은신처에 숨어 추종자들에게 성전(지하드)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의 막후 망명 협상도 배제할 수 없다. 요르단에서 발행되는 중동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알바와바는 9일 "후세인이 측근들을 내세워 미 중앙정보국(CIA)과 항복 협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고 전했다.

정치적 술수에 능한 후세인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가능성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은 개전 이후 망명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전쟁 이전 망명을 거부한 후세인에게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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