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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사망說이 결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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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군의 바그다드 진입 닷새 만에 바그다드가 사실상 함락된 데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사망설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군 포위망이 점점 조여오는 가운데 최고 지도자의 사망설이 유포되면서 바그다드 사수에 나섰던 특수공화국수비대.공화국수비대.민병대 등이 저항 의지를 잃었고 주민들의 민심도 급격히 돌아섰다는 것이다.

개전 이후 지금까지 후세인 대통령의 생사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돼 왔다. 이라크전 개전 첫날인 지난달 20일 미.영 연합군이 후세인 대통령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그다드 외곽의 대통령궁을 집중 폭격한 뒤 후세인 사망설이 처음 제기됐다.

그러나 후세인은 그후 수차례 TV에 등장, 이라크 국민에게 결사항전을 촉구함으로써 이같은 추측을 무색케 했다.

미군은 지난 7일 미 중앙정보국(CIA)의 '매우 믿을만한' 정보에 따라 후세인 대통령과 장남 우다이 및 차남 쿠사이 등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그다드 서부 만수르 지역의 한 건물을 또 다시 조준폭격했다.

미군은 "2천파운드(약 9백kg)의 합동 직격탄(JDAM) 네발을 쏟아 부은 이날 폭격에서 후세인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폭격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시체를 수거하는 대로 이들의 세포조직과 미국이 확보하고 있는 후세인의 사촌 알리 하산 알 마지드(일명 '케미컬 알리')의 시신에서 추출한 세포조직의 DNA 분석을 통해 후세인의 사망 여부를 검증할 것"이라고 구체적 내용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들은 9일 후세인이 2차 조준 폭격에서도 살아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간 가디언은 자국 정보소식통을 인용, "후세인이 미군의 공습 당시 폭격을 받은 건물 안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 관리는 "미 정보기관이 후세인이 피폭당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으며 폭격 전에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후세인이 살았는지가 명확지 않다"고 다소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

한편 이날 일부 외신들이 "후세인이 바그다드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피신해 있다"고 보도했으나, 러시아 외무부는 이를 "전혀 근거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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