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내디딘 평화의 첫걸음|본사-「워싱턴」-「카이로」취재관이 삼각진단한 「중동평화조인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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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사 = 「이집트」-「이스라엘」의 평화협정 조인으로 중속사태는 큰 전환점을 맞았다. 협정조인 현장에서 본 백악관의 분위기부터….
이구동성 "이젠 평화왔다"
워싱턴 = 조인이 끝난 직후 「카터」대통령이 두 「이스라엘」「이집트」지도자들에게 한 말은 『이제 평화가 왔다』였다. 이번 협정체결을 두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약당사국보다는 미국사람들인 것 같다.
조인 직후 「사다트」대통령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에 더 이상 전쟁이 없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베긴」수장도 이에 대담하여 『더 이상의 전쟁과 더 이상의 피를 홀리지 말자. 「샬롬」「샬럄」』이라고 말했다.
「샬롬」과 「샬람」은 각각 「헤브루」어와 「아랍」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말로 말이 비슷해 수천년 전에는「아랍」인과 유대인이 동족이었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카이로- 「이집트」인들의 평화조약에 대한 반응은 어려움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으나 거의 절대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어느 관광회사 운전사인 「모하미」씨 (사) 는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느냐 뿐이다. 전쟁으로 아들과 남편을 잃은 사람은 물론 누구나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다트」에 반대하지 않느냐고 묻자 『적어도「이집트」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은 할말이 없을 것이다』고 했다.
외국인상사에서 일하는 「히삼」씨(23) 는 『 「팔레스타인」사람도 내심으론 평화회담을 지지한다. 그들의 일부 지도자가 반대하고 있지만 그들이 계속 반대하면 「팔레스타인」 인들은 언젠가 그들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고 말했다.
「이집트」인들은 대체로 이같이 평화조약에 대해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강경파들의 「테러」가능성, 「아랍」권으로부터의 고립등 여러면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본사 = 「아랍」강경파·소련등의 반발도 있고 미비점들도 지적되고 있지만 이 협정이 일단 중동평화를 위한 하나의 단계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을까?
워싱턴 = 조약체결 당사국에 국한시켜 볼때 최소한 당장 전쟁위험을 감소시켰다는데 뜻이 있다.
지난30여년동안 4차례의 중동전쟁이 범「아랍」대 「이스라엘」의 대결이라는 성격을 지닌것이었지만 실제 「아랍 군의 중심세멱은 「이집트」였다.
「이집트」없는 중동전은 『마치 「엔진」없이 자동차를 움직이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는 말처럼 다른강경 「아랍」국가들만으로는 대 「이스라엘」전 감행이 불가능하다. 중동이 안고 있던 수개의 시한폭탄중 하나가 제거된 셈이다.
중동전쟁이 늘 미소개입에 따른 확전가능성을 안고 있었고 이지역이 석유 에너지」의 주공급원이었다는데서도 전쟁위험 감소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서방진영으로서는「이란」사태이후 중동지역의 미국세약화로 가중되던 불안요소를 덜 수 있기 때문에 이 조약의 실현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서방진영 조약실현을 지지
본사 = 3O년이상의 적대관계가 평화조약만으로 완전히 해소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약체결 전부터 분쟁재발의 요소가 여러가지로 거론되고 있는데….
카이로 = 가장 큰 분쟁의 불씨는「팔레스타인」문제 처리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국기창설의 전단계로 자치실시 일정을 명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은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고 있는「요르단」강 서편과「예루살렘」등에 결코 「팔레스타인」국가창설을 허용치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서로 앞으로 있을 「팔레스타인」지위 협상을 규정한 조약 내용에서 해석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가자」 지구 「요르단」 강서편의 자치일정협의에서도 조약비준후 1개윌내에 협상을 시작하여 1년안에 협상을 끝내고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동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것도 문제다.
「아랍」이 성지로 주장하고 있는「예루살렘」이나 「시리아」의 「골란」고원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미국이나 「이집트」는 「예루살렘」의 「이스라엘」통치를 묵인하는 태도다. 이조약이 최초의 「아랍」「이스라엘」의 상호 불언극복의 한 예라는데서 크게 평가될수도 있겠지만 만약 조약 실행과정에서 이태이 노골화 되어 서로 배신당했다고 느끼게 될경우 불신감은 이전보다 더욱 심화될 우려도 있다. 그런 경우의 파국은 오히려 평화조약이 성립되지 않았던 것보다 못할 것 같은 사태를 몰고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본사 = 그같은 문제점에 따른 「아랍」권의 반발은 이미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그 반발의 강도와 한계는 어느 정도가 될까?
카이로 = PLO의 강력한 반발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으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초강경자세로 나오는것은 주목할만 하다. 왜냐하면 당사국이라 할 수 있는 「시리아」나「요르단」 은 단독으로 「이스라엘」에 대항할 힘이 부족한 상태다.
언급없는 「예루살렘」통치
그러나「이집트」에 석유를 공급해왔고 또 매년 2O억「달러」의 경제원조를 제공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두 가지를 모두 단절하겠다고 위협을 가하는 것은「이집트」엔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다. 「시리아」「요르단」「사우디」와 PLO가「이집트」를「아랍」연맹에서 제명시키겠다고 하지만 「이집트」에 결정적인 타격까지는 주지못할 것 같다.
단지 우려되는 것은 과격「테러」단체인 PLO의 대 「사다트」「테러」와 「이집트」현정권에대한 파괴공작이다. 그러나 이것도 중동에서 본격적인 혼란을 불러일으킬 위험을 안고있어 중동에서 또다른 전쟁이 일어나길 꺼리는 미국은 물론 소련의 견제가 있을것으로 보여 가능성이 희박하다.
「사우디」나「요르단」도 현재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으로부터의 입깁을 이겨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아랍」권의 대「이집트」반발은 소련의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행동개시가 없는한 지루한 비난성명과 위협으로 장기화할 것이다. 전쟁재발의 가능성은 현재 희박하다고 하겠다.
본사 = 그렇다면 이번 회담에서 「이집트」가 얻은 것과 잃은것은 무엇인가?
우려되는 PLO파괴공작
카이로 = 「이집트」가 얻을 수 있는것은 「시나이」반도의 반환과 대「이스라엘」 적대관계 유지에서 오는 군사비부담과 전쟁재발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랍」권으로부터의 신뢰상실과「사우디」의 원조중단은 당장 큰위협으로 등장하겠지만「사다트」는 이미 명분보다 실리를 찾기로 결심한데다 미국을 비롯, 서독·일본등 서방국가들로부터 장차 1백50억 「달러」의 군사·경제원조를 약속받는 커다란 수확을 거두고 있어 그 효과는 사실 상쇄되고도 남는다.
이것은 「이집트」의 대미의존을 크게 증가시키고 「이집트」의 「아랍」권으로부터의 고립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 될것이다.
그러나 「이집트」는 「아랍」의 반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있다.
73년10윌 전쟁으로 「이집트」는 피해만 본데 반해 중동산유국들은 이를 계기로 석유를 무기화해 막대한 돈을 벌었으며 이와는 비교도 안되는 적은 돈을「이집트」에 원조하고 「이집트」인들의 자유의사를 지배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또한 소련은 과거 30년동안「아랍」「이스라엘」문제를 해결한다고 설쳤으나「낫세르」는 「팔레스타인」문제 해결을 위해 소련의 영향력 행사를 인정했는데 그들이 해놓은 업적은 전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소련을 배경으로 한「리비아」「시리아」「이라크」의 지시를 따르란 얘기는 말도 안된다고 공격하고 있다.
본사 = 「이스라엘」의 경우는 어떠한가?
워싱턴 = 「이스라엘」은 이번 회담을 통해 「카터」미국대통령으르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은 편이었다. 「시나이」반도 반환문제 자체가 지금까지「이스라엘」의 주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후퇴다.
「이스라엘」은 그대신에 당장 평화라는 심리적 안정을 얻은 위해 이번 협상에서 「아랍」 권에서는 최초로 「이집트」로부터 국가인정을 받아냈다.
「요르단」 서안문제에서 여전히 주도권을 보유하고 있고, 양보의 댓가로 30억「달러」의 군사원조를 미국으로부터 약속받은 것은 「수학이 더 컸다」는 평을 가능케하는 것 이다.
이처럼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각각 손실보다 실질적 이득이 많았다는 것은 앞으로 「이스라엘」과 「이집트」간의 평화를 보장하는 하나의 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번 중동평화회담이 이점에서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련측이 안도감 느낄수도
본사 = 이번 협정으로 「이집트」의 외교정책도 변화가 있을것으로 예상되는데….
카이로 = 이곳 외교소식통들은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남북한과의 경우는 북한의 「이집트」에 대항 영향력은 감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제4차 전쟁때 「이집트」를 군사적으로 도왔고 특히 소련과의 우호관계를 단절, 소련무기를 가진 「이집트」에 「미그」17과 19의 나머지부분을 북한이 제공,「이집트」와의 우호관계는 우리보다 두텁다.
따라서 「이스라엘」과의 전쟁가능성이 거의 없어진 이상 북한의「이집트」에 대한 기여도도 아울러 감소될 것이며 북한보다 10배이상의 교역량을 가진 한국이 보다 유리한 우호관계를 가지게 될것이라는 관측이다.,
본사 = 미국으로서는 당분간 이지역에 안정된 발판을 마련했다고볼 수 있다. 반면 소련에는 영향력이 줄었다고 보여지는데 양대국의 경쟁이 중동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워싱턴 = 이 조약으로 국지전재발가능성이 줄어들고 따라서 미소대결의 확대가능성을 줄였다는데서 소련이 내심 안도감을 느낄 가능성은 없을까….
물론 이는 단기적인 현상고정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경우의 평가다.
현재의 상태를 바탕으로 평화가 정착되어 간다면 소련에는 중동이 완전히 미국의 영향력 아래 들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소련은 「시리아」「이라크」를 비롯한 「아람」강경국과의 밀착된 관계를 통해 이를 저지하려 할 것이다.
그렇지만 전면적인 중동전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저지하려 들것 같지는 않다. 다만 「시리아」를 통해「레바논」의 긴강을 고조시키는등의 우회적인 방법으로 「요르단」같은 온건파국가들의 지지를 모색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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