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처럼 고객 친화형 제품 개발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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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철강은 강도가 높아지면 연성(延性·늘어나는 성질)이 약해진다. 그러면 합금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때는 용접이 쉽지 않다. 그런데 용접은 고객이 겪는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고부가 제품이라야 포스코가 본원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이유이기도 하다.”

 24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대치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권오준(64·사진) 포스코 회장은 “고객 친화형으로 조직을 정비한 것이 (취임 이후) 가장 큰 보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3월 취임하자마자 인천 송도에서 근무하던 연구개발(R&D) 인력 150여 명을 마케팅솔루션센터로 배속시켰다. 현장의 영업 조직과 머리를 맞대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라는 강력한 주문이었다. 권 회장은 “세계 철강업계에서 가장 고차원적인 마케팅 전략”이라며 “IBM이 하드웨어 회사에서 솔루션 제공업체로 변신한 것 같은 혁신”이라고 비유했다. 자신이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한 ‘포스코 더 그레이트(위대한 포스코)’로 가는 첫 번째 길이라고도 덧붙였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6월부터 스틸팔레트 전문업체인 삼정산업과 내식성이 뛰어난 철강재를 공동 개발해 지금까지 8000t을 공급했다. 최근엔 국제선급협회가 선박 안정성을 높이는 새로운 규정을 내놓자 재빠르게 신강재를 제공하기도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솔루션 마케팅을 통해 판매량 40만t을 달성했다”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취임 이후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이날도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통상 문제 증가 등 난제가 놓여 있지만 임기(2016년) 내에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 등 계열사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권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은) 덩치가 커서 받을 기업이 없다”며 “기업 가치를 깎아먹으면서까지 매각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대우인터내셔널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사업 확대와 자원 개발을 통한 그룹 시너지를 기대했다.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한 리튬 사업에 대해선 과감한 투자를 시사했다. 리튬은 전기차·스마트폰·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2차 전지용 원천 소재로, 포스코는 리튬 추출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120여 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그는 “리튬은 10년 후 10배 성장할 아이템”이라며 “신사업은 세계 1∼2위가 아니면 미래가 없다. 남들이 넘보지 못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지난 1일 아르헨티나 후후이에 200t 규모의 리튬 실증 플랜트를 착공했으며 연말께 준공할 예정이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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