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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시장 또 과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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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한동안 주춤하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지역 주요 저밀도지구.저층 아파트들이 사업승인과 안전진단 통과 등의 재료에 힘입어서다.

아파트 값의 꼭대기였던 지난해 9월 말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곳도 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인근 중.고층 아파트 호가도 강세다.

특히 송파구 잠실시영 등 대단지의 사업승인이 대기하고 있어 이들 단지의 이주가 한꺼번에 시작될 경우 아파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신도시 개발을 서두르고 구청의 재건축 안전진단 남발도 막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저밀도.저층 일제히 상승=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 2단지 18평형은 5억6천만원선으로 지난 1월보다 8천만원 정도 올랐다. 가격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9월 시세(5억4천만원선)보다 되레 높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구청이 지난 3월부터 반포 저밀도지구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데다 2년 전 총회 때보다 조합원이 무상으로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는 지분이 늘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값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인근 주공3단지 16평형도 지난 1월엔 5억1천5백만원까지 거래됐으나 지금은 지난해 9월의 95% 수준인 5억8천5백만~5억9천만원을 호가한다.

이달 초 정밀안전진단이 통과된 강동구 고덕주공 1단지 15평형은 4억6천만~4억7천만원으로 3월 말보다 3천만~4천만원, 인근 주공 2.3.4단지도 1천만원 이상 각각 올랐다.

지난달 사업승인이 난 강남 청담.도곡지구 내 삼성동 영동AID차관아파트 15평형도 4억3천만원으로 1천만원 이상 상승했다.

삼성동 영동공인 박철래 사장은 "지난해 가격급등기 때와는 달리 은행돈을 많이 꿔 투자하는 사람이 적어 투기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실수요자들이 주로 매입해 값이 쉽게 빠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시영단지(6천가구)도 지난달 말에 비해 평형에 따라 1천만~3천만원 올랐으며, 송파구 가락시영.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등도 1천만~1천5백만원 상승했다.

신천동 진주부동산 문제능 부장은 "지난달 말 중층인 은마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이 무산되면서 중.고층아파트의 재건축이 어렵게 되자 재건축이 확정된 저밀도단지에 눈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왜 오르나=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다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일부 재건축조합들이 재건축 요건이 대폭 강화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오는 7월)을 앞두고 안전진단 등 재건축 절차를 서두르자 투자자들이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일부 구청들이 민원 등을 이유로 안전진단을 너무 쉽게 내주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전.월세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자 저밀도지구의 사업승인을 가급적 빨리 내준다는 방침이어서 주변 아파트값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일반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시공사와 도급제계약을 한 재건축 조합원들이 무상으로 배정받을 수 있는 지분이 많아지는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값의 급등을 막기 위해선 분양가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팀 안홍빈 차장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강세를 보일 경우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중.고층아파트 값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동 영동AID차관 인근의 롯데아파트, 반포동 주공3단지 부근의 잠원동 한신2차 아파트는 한달새 5백만~2천만원씩 올랐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그러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반등하고 있으나 작은 호재에 지나치게 과민반응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국내 경기 침체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값이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안전진단을 통과해도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일반주거지역 종별 세분화조치에 따라 용적률이 크게 낮아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긴장=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대상 아파트값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상조짐을 보일 땐 투기지역 지정 등 즉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국지적인 재료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처럼 급등하진 않을 것"이라며 "분위기에 휩쓸릴 경우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책임연구원은 "강남권 아파트값 급등을 막을 수 있도록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강남 대체 신도시 건설도 앞당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원갑 기자

<사진설명>
재건축 사업승인과 안전진단이 잇따르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사업승인이 떨어진 뒤 강세를 보이고 있는 청담·도곡지구 영동AID차관아파트. [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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