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외교의 시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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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란」사태와 「인도차이나」사태 그리고 최근의 남북아정세는 세계국가로서의 미국의 영도력에 심각한 회의와 불신을 유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은 「카터」대통령의 「인권정책」과는 상관없이 「팔레비」절대왕정만 지지했다가 그나마 나중에는 「팔레비」를 배신한 끝에 「이란」의 왕정파와 공화파양측으로부터 동시에 외면당하고 말았다.
여기다 30여년간 친미일변도를 걸어오던 「사우디아라비아」마저 「미군사기지거부」와 「대소관계개선용의」를 천명함으로써 미국의 중동전략을 지탱하던 한 기둥, 「워싱턴」-「테헤란」-「리야드」 주축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러한 돌연한 정책전환은 「이란」사태에서 드러난 미국의 정책빈곤과 무위무책에대한 이지역 우파정권들의 심각한 환멸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외교가 이처럼 우유부단한 자세로 표류하고 있는데 반해 그동안 소련의 대중동 「페르샤」만침투는 놀라울이만큼 신속히 진행되어왔다.
남「예멘」사태가 그렇고, 「시리아」「이라크」통합에 대한 「크렘린」의 지지와 「요르단」「터키」「파키스탄」과의 이해증진, 그리고 「오만」토후국내에 부식된 친소파 PLO조직등이 또한 그러하다.
지금 현재 남「예멘」의 「아든」에는 NATO의 암호명으로 「국제려단」이라 불리는 약 1천명 규모의 「쿠바」·동구출신 정예부대가 상주해있다는 소식도 유포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세를 두고 볼 때 중동「페르샤」만·북아일대에는 이미 탈미 「도미노」 현상이 일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마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미국은 일설에 의하면 1983년내지 85년을 고비로해서는 중동과 OPEC석유 의존에서 점차 벗어나 「멕시코」석유에 보다 많이 기대하는, 이른바 「콘티넨틀·오일·폴리시」로 전환할 소극적 구상만하고 있다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만약 친미정잭을 철회할 경우 이것은 즉각 「사다트」의 지지기반 약화로 파급돼 자칫하면 「캠프데이비드」합의라는 또하나의 기둥마저 흔들릴 우려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사다트」의 고립은 만회할수 없는 것이 되고, 중동엔 또 다시 「시리아」「이라크」「리비아」PLO「이란」회교공화정의 반「시오니즘」 열풍과 전운이 감돌게 될것이다.
OPEC는 이미 이러한 정세를 예고나 하는듯이 『「팔레스타인」국창설을 지지하느냐 지지하지 않느냐에 따라 석유무기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친PLO·반「캠프데이비드」적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고, 유가의 인상 또한 필지의 사실로 전망되고 있다.
중동·「페르샤」만·북아에서의 이러한 「도미노」추세는 「방글라데시」와 「인도차이나」의 소련「전진기지」화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극동의 소련 해군력증강으로 연결되어 미국세계전략의 「글로벌」한 손실로 파급될 것이다.
특히 미국을 물고 들어가려는 듯한 중공의 「베트남」침공은 「베트남」을 오히려 확고한 친소국으로 차넣어버린 결과만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이 사태 역시 미국의 또하나의 간접적 손실로 치부해야할 것이다.
이 모든 사태변화에 미국은 어째서 속수무책의 정책빈곤과 우유부단으로 일관하고 있는가.
미국은 과연 「사우디」국방상의 말대로 『세계지도국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만 것』인가.
「카터」대통령의 입장을 딱하게 생각하면서 미국 세계전략의 좀더 적극적인 활성화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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