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 말고 깨끗한 죽음 택하도록"|안중근 의사 어머니, 동생 통해 전해|당시 만주신문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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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1일 합동】여순 법정 1심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안중근 의사가 당시 상고가 허용되었음에도 이를 거부한 채 형에 따른 것은『사형선고를 받으면 깨끗한 죽음을 택하여 명문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는 모친 조씨의 전언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1909년2월12일 안 의사의 두 동생 정근·공근씨가 공판을 마치고 선고를 기다리던 형을 면회하기 위해 여순 검사국에 출두한 사실을 만주일일신문이 취재 보도했던 당시의 기사에서 밝혀졌는다. 이 기사는 이들의 면회목적이 모친으로부터의 전언이고 전언 내용은『사형선고를 받으면 깨끗한 죽음을 택하여 명문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바로 천국의 하나님 곁으로 가도록 하라』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사형을 눈앞에 둔 아들에게 죽음을 감수하라는 조씨의 비장한 전언은 당시 일본인 신문기자들을 크게 놀라게 했다.
1909년2월17일자 일본동경 조일 신문은 여순 특파원 발『사형선고후의 안중근』이라는 제 하의 기사에서『14일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은 모든 행동이 평상과 다름이 없다. 식량은 물론 수면조차 감퇴됨이 없다』고 안 의사의 의연한 모습을 소개한 뒤『안중근은 동생들로부터 전해들은 모친의 전언을 옳다고 여기고있다』면서『십중팔구 그는 공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순의 이 같은 놀라움에 대해 동경 조일신문 한국지국은 안 의사 모친이 있는 곳까지 기자를 파견, 26일자 진남포 발 기사에서 안 의사 모친의 당시 근황에 대해『이등공은 한국의 많은 지사를 살해했는데 안이「이등」하나를 살육했다고 해서 무슨 죄가 되느냐며 조씨는 절규 노호했다』그 보도하고 조씨는 아들의 의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 의사 수감이후 비록 한번의 면회나 서신의 왕래가 없었음에도『상고를 포기하고 당당히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차라리 위국(위국)헌신하는 것이라는 점에 안 의사와 조씨의 판단은 일치하고 있었다고 1910년1월30일자 대한매일신보 사설『시모시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판단의 일치를 당시 조일신문은 다음과 같은 기사로 뒷받침, 죽음 앞에 초연했던 안 의사의 높은 지조를 소개하고있다.
안 의사는 사형선고를 받은 뒤 일본인 관선 변호사로부터『이번 의거가 이등의 죄악을 미워하고 한 국민의 억울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면 또 한번 법정에 서서 다시 이를 규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 되지 않느냐』는 여러 차례의 유인 상고권유를 받았으나 그때마다 안 의사는『개인이 개인에게 가한「테러」가 아님』을 강력히 주장, 끝내 이를 거절함으로써 상고해주기를 바랐던 일본경부나 법원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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