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퉁퉁 부어가며 '원맨 아카펠라' 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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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서교동 브이홀에서 새 앨범 발매기념 ‘19금 파티’를 하고 있는 신해철. 이 자리에서 팬들의 투표로 타이틀곡을 정했다. [사진 KCA엔터테인먼트]

화려한 언변에 괴팍한 웃음소리까지 ‘마왕’은 여전했다. 신해철(46)이 6년 만에 솔로 6집 앨범 ‘리부트 마이셀프’ 파트1을 발표했다. 20일 서울 서교동 브이홀에서 열린 음악감상회에서 그는 17일 공개한 ‘A.D.D.A(아따)’란 곡에 대해 ‘엽기적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1000개 이상의 녹음 트랙에 자신의 목소리를 중복 녹음한 원맨 아카펠라 곡이다. 실험적이면서 장인정신이 배어 있는 이 곡이 공개되자 동료 가수와 네티즌의 환호가 이어졌다.

 “원맨 아카펠라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어서 시도해봤어요. 입술이 불어터져 가며 보름에 걸쳐 녹음했습니다. 비트박스부터 저음, 고음 다 제 목소린데 ‘노가다’(노동) 그 자체였죠. 품을 많이 판 만큼 재밌게 들어줘서 다행입니다.”

 1990년대 신해철은 밴드 ‘넥스트’로 한국 록 음악의 혁신을 선도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본업보다는 사회적 발언을 하는 오피니언 리더나 라디오 DJ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신작 제목에 ‘리부트(재시동)’가 들어간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인간이 연주하는 그루브와 21세기 청자들의 구미에 맞는 사운드를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신곡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프린세스 메이커’는 3D 영화를 제작하는 것처럼 리허설 밴드가 먼저 연주한 뒤 이를 추출해 컴퓨터 미디 프로그램으로 합성, 재녹음했다.

 “요즘 대중음악계는 다양성을 상실한 것 같아요. 괜찮은 소품은 있지만 30~50대가 눈살 찌푸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노래는 없어요. 대중음악은 대중한테 봉사한다는 생각을 버려선 안됩니다. ‘리부트…’는 한 곡당 3분30초 절제된 시간 안에서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만하면서, 내 분을 못 참고 새로운 걸 해본 앨범이에요.”

 새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다. 현재 부모와 함께 사는 그는 아들과 남편, 또 아버지로서 느낀 삶의 고단함을 가사에 녹였다. 특히 팬들의 투표로 타이틀곡이 된 ‘단 하나의 약속’이 인상적이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보면 시간도둑이 시간을 훔쳐가 사람들이 바빠지잖아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도 느끼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무엇이 없어진 것 같아요. 자살률 1위인 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건 자기계발서가 아니에요. ‘지금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거예요. ‘게을러도 예민해도 괜찮아, 아프지만 말라’는 가사는 딸과 아내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넥스트’의 새 앨범은 가을쯤 발표할 예정이다. 음악적 동지이자 라이벌인 서태지(42)와 컴백 시기가 겹친다. 함께 휴가를 가기도 한 그는 서태지에게 새 앨범에 대한 조언도 구했다.

 “서태지에게 ‘네가 하여가를 발표했을 때 내게 영장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렇게 성공 못 했을 거다’라고 말했어요(웃음). 이번에 제대로 한 번 붙자고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더라고요.”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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