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은행서 두 은행장 뽑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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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일 하오3시 소용돌이 끝에 주주총회를 끝낸 충청은행 행장실에는 2명의 행장이『내가 진짜 행장』임을 주장, 밤늦도록 버티고 앉아 있었다.
20일 상오11시부터 충청은행 회의실에서 열린 제21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은행장과 임원진 개선을 둘러싸고 대주주 측과 군소 주주 측이 제각기 은행장을 뽑았던 것.
2백 여명의 주주가 참석한 가운데 오민환 전무의 사회로 열린 이날 총회는 임원 개선 절차에 따라 임시의장 오씨가 대주주 9명으로 구성된 전형위에서 은행장으로 선출되자 당초 이윤용 감사를 밀던 군소 주주 1백 여명이『임기가 만료된 오씨가 임시의장이 된 것은 무효』임을 주장, 회의장은 일시에 수라장이 되고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까지 출동했다.
오씨와 대주주 전형 위원들이 소동을 피해 별실로 옮기자 군소 주주들은 이씨를 은행장으로 선출하는 등 임원진을 따로 뽑았다.
이때 퇴장했던 대주주들이 회의장에 돌아와『상법 3백83조와 정관 28조에 따라 오 임시의장의 권한은 정기 총회가 끝날 때까지 유효하므로 임원 개선은 정당하다』고 맞섰다.
충청 은행주총은 김규태씨(5만5천주)등 대주주 58명과 이천구씨(4백82주) 등 군소 주주 4백 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의결권은 머리수가 아니라 주식 수에 따른다.
은행감독원은 이날 오후 대주주들이 선출한 오씨를 진짜 은행장으로 인정했다.
이 같은 소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 은행 총무부에 보관 중이던 행장 직인이 없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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