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재 채취로 섬마을 잠수직전|경기도 광주군 동부면 미사 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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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백80가구 1천여 주민들이 살고있는 한강중류의 한 평화롭던 섬 마을이 수도권 골재난의 제물로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팔당「댐」하류 4㎞지점의 한강가운데 자리잡은 경기도 광주군 동부면 미사리 미사 섬마을 면적 80만평(모두 주민들의 사유지)의 이 섬 주변이 작년부터 국내최대규모의 골재 채취 장이 되면서 주민들은 이제 헐값에 땅을 내놓고 마을을 등져야 할 운명이다. 마을 땅은 앞으로 5년 동안 모래와 자갈로 헐려 서울의 지하철,「아파트」등 각종공사장에 팔려가게 된다.
당국은 이 섬과 주변하천부지(1백49만 평)의 골재 매장량을 6천5백만 입방m(싯가 1백30억원)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도는 작년에 이어 83년까지 6년 동안에 업자들에게 일대의 골재채취를 허가해주고 6개월마다 조광료를 받아 보상비를 뺀 나머지를 세입에 충당할 계획이다. 이미 작년에 동아건설·강원산업 등 재개 업자들이 28억 원의 조광료를 내고 1천5백만 입방m의 골재를 캐갔었다.
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골재채취를 위해 이 섬을 헐어버리기로 방침을 세우고 1차분 10만평을 사들이기 위해 현재 40여명의 지주들에게 승낙서의 날인을 종용하기에 이른 것.
그러나 지주들 중 도장을 찍은 사람은 현재 거의 없다. 보상가격이 터무니없이 싸다는 주장이다.
감정원의 감정에 따라 경기도가 주민들에게 통보해준 보상비는 평당 1천2백50∼4천5백 원. 주민 강찬기씨(65)의 경우 자신의 밭은 평당 4천원, 밭과 붙은 집터는 1천2백50원으로 통보 받고는『집터 값이 밭 값보다도 싸게 나온 감정원의 감정이 어디에 근거를 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땅값보상보다도 작업장 주변에 생겨난 각종공해가 주민들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있어 땅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처지. 현재는 올해 분 채취허가 입찰이 끝나지 않아 작업이 중단돼 있지만 작년 봄부터 연말까지 공사기간에 모두 2백30만대의「덤프·트럭」이 섬에 들어와 하천부지의 골재를 실어갔다.
조상 대대로 조용했던 섬 마을에 하루8천대씩의「트럭」이 나들며 「트럭」바퀴에 퉁 긴 돌에 맞아 어린이가 다치는 등 주민들의 피해는 컸다. 「미사리」라는 마을 명칭이 말해주 듯 이 섬은 원래한강의 고운 모래 위에 강이 날라준 부식토가 쌓여생긴 비옥한 땅이다. 1천1백 명의 주민들은 버섯, 땅콩, 마늘 등 고등소채 재배로 가구 당 소득 3백여 만원의 중요한 농촌이었다.
일제 때는 경성에 공급된 「다꾸왕」(단무지)의 태반이 이 섬에서 가꾼 무로 담가졌다. 주민의 7할을 차지하는 경주 최씨들이 5백년동안 대를 이어오며 지켜온 이 섬은 자유당말기 내무장관을 지내다 4월 혁명의 이슬로 사라진 최인규씨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1920년대 미국인 선교사 「언더우드」2세가 직접 이 섬에 들어와 포교, 주민의 대부분이 기독교인.
68년에는 건설부가 이 섬을 관광지로 개발할 계획도 세웠었다.
경기도의 현장사업소인「미사지구 개발사업」이병윤 소장은『자재 값 안정을 위해 벌이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규모를 줄 일 수는 없다』고 못박고『보상비의 재 감정을 의뢰 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황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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