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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냉정·분발 필요한 검찰의 ‘유병언 수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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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호 02면

수사당국에 의해 세월호 참사의 몸통으로 지목된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부인 권윤자(71)씨가 21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권씨는 세칭 구원파로 불리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의 창시자인 고(故) 권신찬 목사의 딸이다. 권씨는 ‘달구벌’이라는 방문판매업체의 대표로 있으면서 유 회장과 아들·딸들에게 회사자금을 불법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앞서 검찰은 유 회장의 매제인 오갑렬(60) 전 체코대사 부부가 유 회장 도피를 주도했다는 관련자 진술에 따라 이들을 범인도피교사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었다. 이로써 유 회장의 도피 행각과 관련해 구원파 신도와 처가 식구 등 10여 명이 사법처리됐으며, 검찰의 추가 조사에 따라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유 회장과 아들 대균·혁기씨 등의 소재는 오리무중이고, 검찰의 무능을 질타하는 여론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은 유 회장에 대한 검찰의 검거 작전이 ‘수사의 기밀성(機密性)과 기민성(機敏性)’을 살리지 못했다며 낙제점을 주고 있다. 유 회장이 한때 머물고 있었던 금수원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팀이 작성한 계획서가 구원파 신도들에게 빠져나갔고, 신속하게 수사를 하지 못해 결국 유 회장 부자가 도피행각을 계속하게 한 점은 검찰의 실수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유병언 일가의 비리를 포착하고 검거에 나섰지만 관련 정보가 (구원파 등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구원파 일부 신도가 “검찰, 계속 뻥 치시네”라며 국가 공권력을 조롱하고, 함량 미달의 언행을 쏟아부을 때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검찰로서는 답답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 수사가 무리하거나 조급하게 진행돼선 안 된다. 유 회장의 부인 권씨, 매제 오씨 등의 체포에 대해 일부 법조인 사이에선 “검찰이 범인은닉혐의를 적용할 수 없는 가족들을 상대로 다른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하는 것은 화풀이성 수사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검찰의 이 같은 수사 태도가 유 회장을 검거하기 위한 수사방식 중 하나일 것으로 판단되지만 검찰 수사는 피조사자가 승복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과거의 적폐(積弊)를 청산하자”며 반성과 회한의 시간을 보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검찰 수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달 이상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며 고생하는 수사팀에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 주고 질책만 해야 하는 국민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다.

 월드컵 열풍과 문창극 총리 지명을 둘러싼 정치 논란 속에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기억이 희석될까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냉정한 수사와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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