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신문 보기-1999년 6월 18일 26면] '참이슬女' 이영애, 이런 모습 처음이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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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드리고 싶어요~”

1999년 최고 인기를 누리던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43)가 맨 어깨를 살짝 들어올리며 뭇 남성들에게 말을 건넨다. 투명한 피부를 드러낸 하얀 민소매에 살짝 벌린 입. 광고 속 이영애는 우리가 아는 '대장금' 이영애가 아니다. 금방이라도 술잔 속으로 빨려들 듯 유혹적이다.

98년 10월 17일 공식 출시된 참이슬은 당시 '깨끗한 여성' 이미지의 대명사이던 이영애를 모델로 기용했다. 이영애는 참이슬이 출시된 지 7개월 뒤인 99년 5월부터 2000년 4월까지 참이슬 모델로 활동했다. ‘산소와 순수의 만남’이란 광고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적중했다. 효과 또한 엄청났다. 99년에 81만 상자(360㎖×30병)이던 판매량이 99년에는 315만 상자로 4배 가량 급증했다. 참이슬은 99년 한해 동안 국내히트상품 33관왕을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이 광고는 남성 모델 또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미지 광고가 주류였던 소주 광고 시장을 단번에 바꿔놓았다. 지금이야 여성 모델이 소주 광고의 얼굴이 됐지만 이영애가 등장할 때만 해도 소주는 가장 남성적인 술이었고 소주 광고는 남성 모델들의 주무대였다. 그러나 ‘산소 같은 여자’가 권하는 ‘대나무숯으로 2번 걸러 깨끗한 소주’는 기존 상식을 뒤엎으며 소주 광고 역사의 전설을 만들었다.

이영애로 단단히 매출 효과를 본 참이슬은 계속해서 당대 여성 톱스타를 기용했다. 15년 동안 참이슬의 얼굴이 됐던 여성 연예인은 공식적으로 14명이다. 이영애를 시작으로 황수정(42), 박주미(42), 김정은(38), 최지연(36), 김태희(34), 성유리(33), 남상미(30), 김아중(32), 김민정(32), 하지원(36), 이민정(32), 문채원(28)이 활약했다. 지난해부터는 공효진(34)이 공식 모델로 활동중이다.

2012년부터는 광고 콘셉트를 살짝 틀어 문채원과 유아인, 2013년에는 공효진과 이수혁, 그 사이에는 싸이를 기용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주당처럼 보이는 연예인이 모델이 됐을 때 판매량에 반응이 있다는 것이 업계 후문이다.

여전히 소주 광고는 서민들에게 가장 친근하다. 그리고 광고 속 모델들은 지친 퇴근길을 위로하는 길동무가 되어 순수하거나 맑게, 친근하거나 웃기게, 때론 섹시하게 '소주 한 잔'을 권한다.


한영혜 기자 sajin@joongang.co.kr
[사진 참이슬 홈페이지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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