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버드대중국문제전문가「슈워츠」박사의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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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건진=세계최강의 나라 미국과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많은 중공이 1월1일부터 수교한데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슈워츠=오래전부터미·중공이수교해야한다고주장해온 나로서는 2주일전에 양국이 외교관계수립을 공식발표했을 때 놀랐다기보다는 드디어당연히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했다.
김=중공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국제정치무대에 등장하여 세계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확실하다.특히 미·일·중공 3국이 앞으로 소련에 대항하는 삼각군사동맹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정치는사람도 있는데….
슈워츠=소련을 걱정스럽게 만든 것도 사실이고앞으로의 미·중·일간의 3국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3국이 소련에 대항하는 군사적동맹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공이 대미수교를 추진하게된 주요동기도 소련을 의식해서 미국과 화해를 모색해보자하는 점도에 있었지,대소군사 동맹체제의 결성에 두었던것같지는 않다.
「군사동맹」이란 말자체가 너무 과장된 표현이 아닌가 싶다.
김=양국의 관계정상화자체가 한반도에 끼치는 심리적 영향은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조치가 한반도의 세력균형,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남북한간의 대화나 미국을 포함한 3자 회담의 가능성을 높였다고는 보지않는가?

<미-일-중공 동맹형성어려워>
슈워츠=남북대화나 3자회담에 어떤 영향을 주거나, 적어도 그 계기를 마련할수있는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없는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런 변화도 예상할수 없다. 중공은 과거와 똑같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김일성은 여전히 북한이 중공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않으려고 애쓸것이다.
김=이번 수교로 경계심을 부쩍 더 가지게 된소련이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북한에 한층 더 접근을 시도할 전망은 없는가?
슈워츠=소련이 북한을 자기 영향력아래 두려는것은 그의 일관된 외교정책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소련의 대북한외교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이해해선 안되겠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한이 앞으로도 중공에 더 밀착하면서도 중소사이에서 줄다리기외교를 계속 밀고나가리란 점이다.
김=「리처드·스톤」미상원의원은 한국이 이번 수교에 자극을 받아 대만과의 관계를단절할 가능성도 없지않다고 말했는데 앞으로 한국과 중공,북한과 미국간에 어떤「변수」가있을것으로 보는가?
슈워츠=한국이 대만과 갑자기 관계를 끊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만일 중공이 한국에 대해서 극적으로 호의적인「제스처」를 보인다면 별문제이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중공은 또 북한의 대남도발을 고무하지도 않겠지만 한국과 너무 밀착함으로써 북한을 자극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을 외교적으로 승인하는 가망성은 예견할 수 있t는 장래에는 거의 없다.
다만 남북대화가 재개되고 양자관계가 개선된다면 한국과 중공간에도 그런 범위안에서 어떤 변화나「융통성」이 있을수는 있겠다.
김=미국이 중공과의 수교에만 급급해서 대만을너무 내팽개친 감이 있고 이에따라 미국의우방인 한국·「이스라엘」은 물론 심지어「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회원국들까지도 대미신뢰감에 우려의 소리가 높은데….

<소견제에 심리적 이득될뿐>
슈워츠=미국은 한국에서 전투부대를 철수하긴해도 대한방위를 포기 할 것같지는 않다. 미국이 판단하는 한국과 대만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미국이 한국같은 동맹국도 언젠가는 외면할 수 있지않겠나하는 가정은 성립되지 않는다. 대만의 운명때문에 한국이나「이스라엘」 또는 「나토」 동맹국들이「알레르기」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김=대만의 운명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슈워츠=결론적으로 말해 대만의 생존과 장래를 낙관한다. 대만자체가 생존할 능력을 갖고있고 중공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대만은 자신을 하나의 독립국가로 인정하지않은 세계여러나라(약1백20여개국)들과경제·문화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바로 국제현실이 아닌가?
김=금년 한햇동안은 미국이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준수해야 할 묘한 처지에 빠져있는데 금년에 중공이 대만을 무력침공할 만약의 경우미국은 방위조약에 따라 대만에 파병할 것인가?
슈워츠=그런 발상자체는 대단히 흥미깊고 이번수교의 하나의 허구성에 핵심을 찌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그런 곤경을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공은 대미수교를 위해 오랫동안 많은 노력으로 뜸들여왔다. 그런 중공이 애써 받아놓은밥상을 차버릴 만큼 어리석은 행동을 하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중공은 해결해야할 국내문제가 산적해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낙후한 경제를어떻게 하루 빨리 개발하느냐는 것이다.
당주석 화국봉이나 부수상 등소평등 중공지도자들은 거의가 자국의 산업혁명을 위해 미국기술과자본을 빨리 도입해서 선진국을 향한 발돋음을 하려는데 안달이지, 대만을 점령해서미국을 자극하는 평지풍파를 일으키려고는 생각지않을 것이 확실하다
김=장기적으로 볼때 중공과 대만은 어떤 관계를 유지할것으로 보는가?
슈워츠=대만의 장경국총통은 당분간 중공과「어떤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대만사람들의 중공정부에 대한 증오감도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체제의「갭」이라는 것이 쉽사리 용해되는 것도 아니다. 대만사람 대부분이 중공에 흡수되어 버리는 것을원치 않고 있음이분명하다.
김=이번 수교협상결과가「중공외교의 일대승리」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권과 수교는 별개문제>
슈워츠=그렇게 평가하는건 너무 지나친 감이있다. 이번 수교로 중공은 첫째 소련을 견제하는데심리적인 이득을 얻었고 둘째 서방측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득을 얻었다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72년 미국의「닉슨」대통령과 중공의 모택동이 각기 상대방을 이용하면효과적인 대소견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터득했기 때문에 관계개선의 길이 열렸으며 상해성명은 바로 그런 양쪽의 구상과 계산이 서로 맞아떨어졌기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수교가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외교에선 주는것이 있으면 받는것이따르게 마련이다.
김=「골드워터」상원의원같은 보수파들은 의회와 법정에서「카터」미대통령의 이번조치에 대항하는 투쟁을 선언했는데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슈워츠=공식관계가 수립된 이상 그에 대한 개인의 호·불호는 별의미가 없다.
물론 의회내에서 큰 설전이 오가고 법정에서도 이 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없는건 아니지만 결국은 사회내 일반여론은 이번 조치를 이해하고 지지할 것으로 확신한다.
김=미산업별전국노조(AFL-CIO)위윈장「조지·미니」는『「카터」대통령이 인권외교를 부르짖으면서도 세계에서 인권을 가장 탄압하는 곳중의 하나인 중공과 수교한 것은 큰 모순』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면서 「카터」 행정부의 도덕적 기준이 어디에 있는냐고 격한 반응을 보였는데….
슈워츠=인권문제와 외교적 승인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가끔 소련내의 인권탄압사태를 비판하면서도 소련과 외교관계를 고 있지 않는가?
김=「코카·콜라」가 중공에 상륙을 결정했고「팬암」항공사는 북경항로개설과 중공내「호텔」건설등을 서두르고 있다. 중공이라는 시장의 개방이 미국경제에 얼마마한 영향을 끼칠것 같은가?

<중공시장「붐」기대는 환상>
슈워츠=중공은 비싼 미국물건을 접촉한다해도 당장은 이를 사들일 능력이 없다. 「코카·콜라」도 우선은 중공을 방문하는 외국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9억의 중공인들이 하루아침에 모두「코카·콜라」를 마실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중공은 또 미국과만 경제교류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가격이나 질, 또는 다른 배려에서 경제교류를 일본과 서「유럽」각국등으로 다변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가까운 장래에 미국경제가 큰「붐」을 기대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벤 저 민·슈 워 츠>
▲1916년「보스턴」에서 출생
▲1938년「하버드」대「로마」어문학과졸
▲1950년「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취득(극동어및 역사전공)
▲50년이후「하버드」대교수
▲74∼77년 「하버드」대동아연구소부소장
저서에「부와 힘의 모색-엄복과서양」(64년)「공산주의와 모택동의부상」(51년)「위기속의 중공」(68년)「5·4운동의 반성」(72년)「중공에서의 이데올로기와 정치」(73년)등.

<대담> 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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