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80년대로 가는길 '79 정치기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70년대를 마무리짓고 80년대의 문턱에서는 분기점으로서 79년 한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미-중공 관계 정상화로 첫「페이지」가 열리는 올해는 중공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 박동선 사건의 종결로 정상화 기틀이 마련된 한미관계의 새로운 전개에 우선 관심이 쏠리는군요.
작년에 다소 거론이 됐지만 한미 정상회담도 올해엔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돌발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5,6월께 한미 정상회담은 열리겠지요.
-한미 정상회담은 정치적 의미가 큽니다. 박동선 사건으로 뿌리가 휘청거린 한미관계를 치료, 새 관계를 정립하는 전기가 될수 있습니다. 한미간의 안보 일체감과「카터」의 인권정책이란 두 가지 필요조건이 충족돼서 이뤄지는 것으로 볼수 있잖겠어요?

<한미관계 전기의 해>-한미간에 현재 남아있는 문제는 대체로 세 가지 정도입니다. 「카터」의 철군정책을 한미양국의 이익에 배치되지 않게 처리하는 문제, 「코리아게이트」의 상처를 양국의 국민적 차원에서 씻는 문제, 미국이 기대하는 한국 안에서의 기본권 문제가 그것입니다. 철군문제는「카터」가 국내 보수파에 대한 대답으로 철군을 점진적·단계적으로 하겠다고 했고 정세가 달라지면 전폭 수정하겠다고 미 상원에 공한을 보낸 일도 있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는 신중하게 이뤄질 것 같아요. 「코리아게이트」의 상처는 정책결정적인 차원에서는 완전히 가셨다는 것이 양국 정부의 주장이지만 국민적 차원에서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올해는 미국의 각계각층 인사들과 의회지도자들의 방한을 적극 추진해서 『와서 보고 가라』는「이미지」개선 외교를 펼 것 같아요.
또 기본권 문제는 피차 납득이 돼있으나 김대중씨 등의 활동양상이나 외국여론 이를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 다시 밀고 당기는 문제가 있을 수 있겠죠.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중공, 미-북괴 관계 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중요의제가 될텐데, 미국이 중공과 수교한 것이 한반도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봐야 할까요. 중공이 북괴의 호전성을 완화토록 작용한다거나…

<중공과는 무역경쟁>-미-중공 수교로 서울·「워싱턴」-북경「라인」이 열릴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면 거꾸로 평양-북경-「워싱턴」「라인」도 조금은 열릴 수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미-중공간에 수교가 없었던데에 비하면 한국이 미국의 간접 지원을 받아 중공 쪽으로 접근해 갈 가능성도 커졌어요. 예컨대 미-중공 항공노선이 개설될 때 한국상공 통과문제, 이속권 문제가 생기고 교역 등의 계기도 많아지겠지요.
-8백억「달러」의 시강을 노리고 미국과 일본 자본이 중공대륙을 향해「러시」를 이루는데 한국상품도 미일에 편승해서 풀어갈 수도 있을거예요. 반면에 노동집약적인 중공상품이 미일 시장에 나와 우리상품과 경쟁하는 것과 이해득실을 따지면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불리할 것 같기도 하죠?
-올해 경제외교의 제1 목표를 중공과의 경쟁대비에 두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이런 사태 변화로 북괴가 남북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또는 이념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등소평 노선을 북괴가 모방해서 자기들의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태도완화를 보일 변수 같은 것은 없을는지….

<공화·유정 감투 50개>-북괴가 남북대화에 응하기보다는 미국과 직접 대화를 고집할 가능성이 당분간은 더 많을 것 같아요.
-올해 우리 탁구「팀」이 평양의 세계탁구대회에 참가하기로 돼 있어요.
-탁구「팀」이 판문점을 거쳐서 경춘가도를 달려갈 수 있다면 남북대화 재개에는 좋은 징후가 되지 않을까요.
-북괴·중공 접근으로 우리의 대소관계 개선을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은「스포츠」에서 교역, 문화 교류 정도를 점쳐볼 수 있는 단계죠.
-작년에는 총선과 경제「팀」개편을 주축으로 한 개각이 단행됐고 여당권·국회개편이 미결 과제로 남아있어요. 1월설, 2월설 등이 나돌고 있는데 여당권 개편폭은 일단 넓다고 보아야겠지요?
-총선에서 야당에 득표율이 l.1% 뒤졌고 내각 개편 때 세금·물가·노풍의 책임을 물어 관계강관을 퇴진시켰던 것을 염두에 둔다면 선거책임을 졌던 요직은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하고 개편폭도 전면이 될 것으로 보아야겠지요.
-국회·여당권 요직개편은 김종필 전총리·정일권 국회의장·이효양 공화당의장서리· 백두종 유정회의장 네 사람의 자리바꿈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또 하나는 유정회에 새로 들어간 태완선씨 같은 새얼굴을 기용하는 방법이 있어요.
국회의장 후보로는 정의장 유임, 김종필· 백두진씨의 취임 등 세 가지를 예상해 볼 수 있죠. 또 공화당 의장으로는 김종필씨의 부총재 또는 당의장 임명, 이효양씨 유임, 정의장 복귀, 민관직·박준규·길전직·장경정·현오봉·구봉회씨 등 차하급 중진 기용설 등 네가지로 가를 수 있겠군요.
-유정회 의장에는 백의장 유임설이 많고 태종선씨 취임설도 있어요. 당의장·유정회의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당직·회직의 인선 내용도 달라지겠지만 공화당 정책위의장·사무총강·원내총무 등 중요「포스트」는 5선·4선 의원으로 짠다는 추즉이 많아요. 사무총장에 이병복·신형직·장승태·정내혁·장영정씨 이름이 나오고 정책위의장에 길전직·이병위·장승태씨, 원내총무에 신형직·현오봉씨 등이 거론되고 있어요.
-국회부의장은 의장이 공화·유정 어느 쪽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지요.

<의중은 여권의 탕평?>공화 국회의장이면 유정회의 고재필·태완선씨 설이 있고 유정회국회의장이면 박준규·민관유·해오지씨가 가능성 있는 인물이지요.
-당무위원·대변인 등 감투자리를 꼽아보면 공화당 23개, 유정회 8개, 입법부 18개로 여당·국회 합쳐 50개 가까이나 되죠. 그러나 재선 이상이 90명 가량 되니 절반 이상이 감투 하나씩 쓰는 꼴이 되는군요.
-정치방학을 했다가 공화당에 새로 들어온 민관식·김택수·오치성씨 등과 유정회에서 넘어온 구태회·현오봉씨, 또 처음 들어온 박기규씨 등 이른바 중량급들도 감투배정에서 옛경력을 참작한 예우를 받을 수도 있잖겠어요.
-유정회쪽은 어때요.
-구태회·현오봉씨의 공화당 전출을 유정회「이미지」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만큼 대야 협상을 위한 총무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새 인물을 기용할 것으로 보여요.
이석제·이동원씨 등과 김주인·최영희·윤인직·신겸재·박동묘씨 등이 상위「그룹」에 올라있어요.
-여권은 제2인자 없는 친정 노선이지만 앞으로도 기본방향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부 중간급의 비중으로 보아 공화당 초기 또는 중간에 나타났던 인맥형성이 재현되지는 않을까요.
-정치여건이 판이하고 중간「보스」가 될만한 인물들이 그동안 풍파를 많이 겪었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인파의 양성화는 어려울 거예요.
신경전 정도가 있다고 할까요….
-유정회 3기의원 인선이나 공천을 보면 구 거물의 대거 등장이 특징인데 여권의「탕평책」이 고위층의 의중이 아닌가 싶어요.
-범여 확대보다는 범여 대동단결에 역점이 두어졌다고 봐야겠군요.
그리고 또 하나 의미를 부여한다면 80년대 중반까지 예상해 정치 변화에 대비한 예비병 확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강습니다.
-이제 야당쪽 얘기로 넘어가죠.
-신민당에는 벌써부터 당혁신론·단일지도체제론 대두되고 있어요. 5월 전당대회를 전후하여 노선수정이다 대여경쟁 강화다 하는 새로운 문제들이 부각될 것 같아요.
-8대에 89석이나 확보했다가 유신을 만난 경험이 있어선지 아직은 확연한 태도 표명들이 없어요. 당의 혁신으로 국민지지에 답하고 단일지도 체제로 전환하여 정권도전 태세를 갖추어야한다는 소장의원들이 있는가하면 지도급은 신중한 관망 상태죠.
-「단일」을 바라는 분위기가 많긴 한데 실제 이를 들고나올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신도환·이충환·유치송씨 등은 호응하지 않을 것 같던데. 다른 쪽에서도「단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구‥.
-김영삼·고여문씨가「단일」파고 이철승씨는「단일」이든「집단」이든 다 좋다는 태도죠.
-김영삼씨가「단일」이든「집단」이든 당권에 도전할 태세이고 고여문씨도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이번 전당대회도 시끄러울 건 뻔해요.

<시끄러울 전당대회>-선거에서 표를 많이 얻은 박영상·송원영·김수한·이기택씨 등 중견들도 이제는 최고위원에 도전할 뜻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죠.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재편성도 불가피할 거예요. 공천 때 문어발을 걸어놓은 사람을 놓고 벌써 서로 자파 사람이라고 야단인데다 화요회는 지도자격이었던 영원만·정총주씨의 낙선으로 한건수·박영나·천명기·최성우·김승이씨 등「멤버」들이 흩어지느냐 계속 결속하느냐가 관심사고, 신도환계도 이팔부씨의 분가 움직임이 있어요. 중도파라는 정운갑·박해충씨도 어느 쪽으로든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죠.
-그런데 비해 이철승계는 이번 선거에서 크게 불어나 원외까지 합치면 77개 지구당 중 20명 정도의 위원장을 확보했읍니다. 다른 계파는 김영삼계=10, 고여문계=9, 화요회=8, 신도환계=7, 김재광계=7, 이충환계=6, 견지동우회=5, 기타=5명 정도로 볼 수 있죠.
-위원장 숫자로는 이철수계가 단연 우세하지만 다른 계파의 단합이나 새바람 등 가변 요인도 많아 지금 단계에선 세력판도를 쉽게 점칠 수 없죠.
-전당대회를 대비해서 선거 때 다른 계파 후보에게도 대금을 대준「보스」들이 있어요.
이대표는 1천만원까지 대준 사람이 있고 고여문·신도환·이기택씨 등도 서로 액수가 다르지만 몇 사람한테 7백만원, 5백만원, 3백만원, 2백만원까지 자금지원을 했다는 후문이 있어요.
-대여 경쟁폭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도 관심사입니다.
9대 때보다는 강경·선명해지려 노력하겠지요. 당정문제 등에 관해서도 직접은 못 들어가도 긴급조치 문제 등에서 9대보다는 강하게 나갈 것 같아요.
-김대중씨의 형 집행 정지 등을 감안하면 신민당에도 강도를 높일 사람이 제법 있을거예요. 김씨가 당장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소장이나 신참「그룹」중에 8대 때의 당네「서클」인 목요회처럼 새바람을 일으킬「서클」운동 같은 것을 벌일 가능성도 있어요.
-원내에서 이택돈·조세형·교인철씨나 원외의 윤형·영담수씨, 그리고 무소속의 오세응·한병송씨 등이 야당의 새 노선을 산발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 같아요.
-15명의 초선들이 별도「서클」을 만든다면 그 힘도 무시할 수는 없을 거예요.
-통일당은 9대 때의 3명이 10대에도 그대로고 그런 점에서 활동폭이 갑자기 커지리라고 예상할 수는 없잖겠어요?
-10대 국회는 여야 의석수도 달라지고 여야 득표율 역전의 영향도 있을테고…. 게다가 무소속이 22명이나 진출한 것도 관심거리예요. 10대 국회의 조직도를 그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당이 9대에 이어 유신국회상착근의 목표로 나간다면 초기에는 표를 더 얻은 야당의 기세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겠군요. 운용과정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문제죠.
-원내정치는 공화당이「리드」해 왔는데 유신국회상 정착을 위해 국회의장도 유정회가 맡고 상임위원장도 더 많이 유정회로 배정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어요.
-유정회는 지명「케이스」란「핸디캡」이 있고 대외적으로 문제가 있지요. 국회가 지역대표로 구성된다는 본질도 있고…
-당석수만을 갖고 산술적으로만 볼 수 없죠.
-공화당은 김진만·최치환·이후낙·윤재명·추오태·박정수·함진대·천영득·임호·한갑수씨 등을 친여권으로 보아 입당시킬 것이라는 얘기가 있어요. 그렇게 되듸면 명실상부한 원내 제1당이 되는 거지요.
-공화·유정회 관계도 재조정이 될 것 같은데-. 유정회의원도 지역구 공천을 받는걸로봐 공화당과의 벽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어요. 과거와 같이 유정회의원은 고향에도 맘놓고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분족령 같은 건 없어질 겁니다.
-공화당과 유정회간의 정책개발 경쟁도 더 치열해질 거예요. 인적구성으 보면 유정회에 큰소리 칠 인물이 달린다고 보겠지만.
-야당이 긴급조치·헌정심의기구·구속자 문제 등 정치의안을 갖고 강경 투쟁할 가능성도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장서클 가능성도>-야당에서 긴급조치 문제에 대한 건의안을 내놓으면 정부가 이를 해제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불」쪽으로 보아야 할 것 같아요.
-10대 국회의 파고가 높을지 낮을지는 신민당 당권개편의 풍향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9대 때는 무소속이 유소속이라고 할 정도로 친 여적이었는데 10대에 들어온 22명은 어떤 노선을 택할까요?
-친여는 공화당이 흡수할테고 예춘연·손지항·오세응·한병송·박찬·김현규·이상공씨등 친야 무소속 일부가 야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있고 홍촌우·변욱일·수수·박룡기·교휘동씨 등의 향배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일반적으로 무소속이 독자의 교섭단체를 만들어 행동 통일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읍니다.
-여야의 관계도 과거처럼「우당」「체제내 야당」의 관계는 벗어나겠지요.
-9대 때는 야당이 종속적으로 여당에 끌려가는 인상이었으나 10대에선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야당의 득표실적도 있고 하니까.
-여당도 선거결과를 생각 않을 수 없을 거예요. 부가세다 물가고다 하여 정부에 반감을 표시한게 야당표로 갔으니 획일적으로 행정부에 따라만 가는 운영은 탈피하려고 애를 쓰겠죠.
행정부 의견을 꺾고라도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소리가 공화당에도 팽배하지요.
-야당이 강경해지긴 하겠지만 체제내의 여야관계를 크게 이탈하진 못할 겁니다. 자칫하다가는 9대 때처럼 중도 하차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고 이런 시련까지 각오하고 야당이 체제 밖으로 뛰쳐나가 투쟁하기는 어려우리라고 봅니다.
-긴급조치가 있는 한 한계가 있겠죠.
-지난번 대통령령으로 긴급조치 위반자나 3·1사건 관련자들이 많이 사면되고 석방됐읍니다만… 앞으로의 움직임과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는 어떻게 나올까요.
-김대중씨는 풀려났어도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할 수는 없을 걸로 봐요. 그러나 외신기자회견·성당·기도회 출입 등만 해도 정치적 영향이 커길 수 있겠죠. 또 일부 인사들이 김씨주변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고….

<생필품 파동은 없게>-그동안 재야는 기본권 일반을 많이 취급해왔는데 여야가 이런 과제를 잘 수렴해 국회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재야활동의 폭도 조정될 수 있겠죠
-새 내각의 시책방향은 어떨까요.
-물가와 부가세 문제로 선거에서 혼이 난 여당쪽에서 먼저 물가안정과 부가세 개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많아요.
-서울시내의 교통난이라든지, 지난해 겪은 고추·배추·마늘 품귀사태 등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의 개선조짐이 많아요.
-복지와 함께 여전히 성장도 강조하고 있는데 복지와 성장을 조화한다는 건 어려운 문젭니다. 복지가 강조되지만 아직은 뚜렷한 청사진이 없어요. 80년대 후반에나 이뤄질지….
-올해는 기미독립운동의 60주년이 되는 해 입니다. 「정치부재」라는 평을 듣던 9대 국회와는 달리 10대 국회에서는 정치생활화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도 큽니다. 여러 가지로 뜻깊은 올해에 맑은 정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봅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