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하늘말나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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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말나리'는 나리의 한 종류다. 보통 나리꽃은 옆이나 아래를 보고 피는데 '하늘말나리'는 반점 찍힌 붉은 색 꽃이 하늘을 보고 핀다. 그래서 꼿꼿해 보인다.

이 꽃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아이들을 그린 '너도 하늘말나리야'라는 동화가 있다.

어떤 분이 이 동화를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너도 하늘말라리아'라고 적었다. '말라리아'는 며칠 간격을 두고 아팠다 안 아팠다 해서 도둑놈병이라고도 불리는 질환이다. 예쁜 제 이름을 고약한 병 이름으로 바꿔놓았으니 하늘말나리가 알았다면 기함을 했을 일이다.

위의 사례는 단순한 실수지만 이와 비슷하게 발음에 이끌려 잘못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다. "눈 속에 개나리가 피다니 희안하다" "누가 먼저 제비를 뽑을까. 복골복이니까 너부터 해" 와 같이 쓰는 것이 그 예다.

'희안하다' 는 '희한하다'로, '복골복'은 '복불복'으로 써야 바르다.

한자어 '희한(稀罕)' 은 드물다는 뜻이다. 거기에서 발전해 신기하다는 의미도 있다. 복불복(福不福)은 똑같은 환경에서 운에 따라 복을 받는 사람도 있고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다.

기초가 단단하면 그 위의 건물도 튼튼하다. 말이란 것도 이와 비슷하다. 평소에 단어의 근원을 잘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자.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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