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공 수교는 「반소」 위해 절실|「에반스-노바크」 칼럼, "등소평의 중공"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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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은 소련 해군력이 서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능가하고 「아시아」에서는 「아프가니스탄」과 「베트남」에 발판을 마련했다고 주장하며 미국과의 외교 관계 수립 뿐 아니라 소련에 대항하는 강력한 미·중공 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중공 부수상 등소평이 기자와의 2시간에 걸친 단독 회견에서 드러낸 중공 외교의 기조였다. 등은 이 동맹 관계의 필요성이 너무 절실하기 때문에 대만의 특수한 지위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하고 한반도 통일에서 한국의 반공 정부로서의 중요한 역할까지도 인정했다.
미국에서는 중공 열기가 누그러진데 반해 중공에서는 이렇게 대미 관계에 열심이었다. 미국의 북경 연락 사무소 관리들은 반소 전술보다는 미국의 이익 때문에 국민당 정부와의 공식 관계를 단절하고 중공과 『관계 정상화』할 것을 열망해 왔다. 그러나 중공 지도자들은 반소 동맹이 미·중공이 관계 정상화를 해야할 주된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등은 그의 말을 세도하되 직접 인용하지는 않기로 한이 회견에서 관계 정상화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상화의 시한이나 미국이 지체함으로써 일어날지도 모를 위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등이나 그의 부하 관리들은 관계 정상화 지연으로 미 실업인들에 대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소련에 대한 태도도 밝히지 않았다.
등은 소련 해군력이 미 제7함대를 능가하고 있는 것이 태평양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아프카니스탄」의 친소 「쿠데타」와 소·「베트남」 동맹은 소련의 이른바 「아시아」 안보 체제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소련의 해군력 증강과 밀접히 관련된 것이며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맥락을 갖는다고 그는 말했다.
등은 새로운 중·일 「평화 우호」 조약이 소련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부인하고 있지만 이 조약의 반 패권 조항이 정면으로 「모스크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조항은 세계를 더욱 안전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 미 『소련은 좀더 신중 하라』는 「메시지」라고 그는 말했다.
등은 이어 북극 금 (소련)에 대항하는 동맹이 있어야하며 미국만으로는 이에 대항할 힘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공 사이의 동맹이 이루어질 때에 야만 세계의 평화와 안정이 보장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미소간의 2차 전략 무기 제한 회담 (SALTⅡ)을 비웃으며 그는 미·중공 동맹이 SALT6, SALT9, SALT10, 혹은 SALT10 이상보다도 더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 미국의 확고한 태도를 희망하는 등의 견해는 미·대만 방위 조약 철폐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던 그의 주장과는 서로 상반되는 것인가?
등은 국교 정상화에 따라 대만이 중공에 통일된다 하더라도 대만을 철저하게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공 본토는 사회적·경제적 체제가 다르고 대만도 사회적·경제적 체제가 다르다. 대만은 자신의 사회적·경제적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문제에 있어서 등은 중공이 주한미군 철수를 은근히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에 관해 아무런 암시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주목할만한 중요한 발언을 했다. 그는 한국군은 북괴의 침공을 스스로 물리치기에 적절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더우기 등은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남북한은 한자리에 앉아 통일 작업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공의 중요한 외교 전략가가 자본주의 국가인 대만을 그대로 수용하고 한국을 한반도 통일의 주요 요소로 인식한다고 한 것이 비록 단순한 말에 그친다 하더라도 이 말을 한 등이 미국과의 동맹을 절실히 원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자유중국 관리들과 미국 외교관들은 그 이유가 서로 매우 다르긴 하지만 미·중공 국교 정상화 이후 중공이 소련 「카드」 (대소 접촉)를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등은 이를 단호히 부인했다.
등은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소련이 중·소 국경으로부터 1백만 군대를 철수시키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소련이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등은 또 미국이 중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는지 그 여부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등보다 서열이 낮은 한 관리는 더욱 솔직하게 『「카터」 행정부가 국교 정상화의 의의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등이나 중공 관리의 이런 말들이 협박이나 분노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과 그들의 지도자인 등은 중공이 「소련」에 대항하여 미국과 동맹을 맺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중공 동맹이 끝내 거부될 수는 없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미·중공 동맹 관계가 빨리 실현될수록 좋지만 그 시기가 빠르든 늦든 꼭 실현되고야 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북경=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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