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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의 LTV 해법은 … 수도권은 풀고 지방은 죌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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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1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집무실이 있는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1 서울 청담동에 사는 A씨는 시가 8억원 아파트에 3억8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떠안고 있다. 2주택자인 그는 고정 수입이 있는 데다 시중금리가 낮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한도까지 대출을 받았다. 서울에선 현재 LTV 비율이 50%다. 집값의 절반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요즘 주택시장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이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정부는 좀처럼 LTV 규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A씨처럼 거의 대출한도까지 돈을 빌려 집을 사면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 반면 무섭게 치솟는 전셋값 감당이 어려워 올해 안에 집을 사려는 B씨는 대출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서울 강북이나 경기도에 4억원짜리 아파트를 고르고 있는데 자금 마련 때문에 고충이 크다. 종잣돈 1억원 이외가 문제다. 2억원은 LTV 한도껏 빌리면 된다. 그러나 연봉을 기준으로 상환능력을 반영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걸림돌이다. 연봉 5000만원인 그는 DTI로 빌릴 수 있는 한도(연봉의 50%)가 2500만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한겨울의 여름옷”이라며 꺼내든 대출규제 완화카드가 주택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효과는 작고 부작용이 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가계부채는 올 들어 1000조원을 돌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자칫 한국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지 예의주시할 만큼 심각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최근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LTV가 50%에서 60%로 확대되면 주택가격은 0.7% 상승에 그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부동산시장 살리려다 경제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계부채 뇌관을 건들지 않으면서 정교하게 접근한다는 전제하에서다. 핵심은 경직적인 대출규제의 합리적 조정이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현재 LTV는 수도권이 과열될 때 만들어졌다. 수도권은 소폭 올리고, 지방은 조금 낮추면 LTV 전체 평균이 크게 올라가지 않으면서 규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가격 오름세는 지방에서 더 강하다. 따라서 지방은 LTV를 소폭 내리고 시장 침체가 극심한 수도권은 조금 높이면 거시경제 전체적으로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가 낮은 은행·보험의 LTV를 높이고 2금융권은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DTI도 미세조정의 여지가 있다. 20~30대는 연봉이 많지 않아 대출한도를 늘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 후보자가 “자금차입 규제를 지역별·연령대별로 조정하는 등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세조정이 이뤄지면 주택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규제 완화는 비수기가 끝나는 8월 이후 주택수요가 회복될 때 매매 활성화에 상당한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제 구매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집을 산 만큼 대출규제 완화 효과가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나중에 가계부채 증가나 금융사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박진석·안지현 기자

◆주택대출규제= LTV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비율이다. 상한 50%라면 집값의 절반까지 대출할 수 있다. DTI는 연봉 가운데 대출 원리금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상한이 50%로 정해지면 연봉의 절반까지 대출이 허용된다. 대출액은 두 기준이 연동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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