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4)극단「신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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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학에서 배우는 이론과 「동경학생예술단」를 통한 실기 활동은 단 시일내에 급속한 진전을 보았고 여기다가 연극에 대한 광적인 열정이 더 보태져 불과 2, 3년만에 전문가 행세를 할만큼 지식과 경험과 다지게 됐다.
나는 넉넉지 못한 하숙비를 쪼개어 신극구경을 빠짐없이 했으며 연극에 관한 서적은 내용을 가리지 않고 사들여 탐독했다.
나의 연극지식은 「캠퍼스」에서보다 대학의 울타리 밖에서의 체험과 노력을 통해 쌓아진 것이며 이점은 당시의 다른 유학생들로 비슷한 형편이었다.
나의 하숙은 신관 뒤쪽 「오꾸보리」역의 홍락「아파트」였는데 말이 「아파트」지 집단하숙방이란 것이 더 적절한 집이었다. 한국 음식을 싫어하는 일인들 때문에 4년가 거의 매식으로 때웠다.
한 동네에 이진락이 있었고 나중에 김동원까지 옮겨왔다. 「동경학생예술단」에서 함께 뒹굴며 함께 일했던 우리 세 사람은 모두 동갑네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고 있다.
우리 가운데 김동원이 모든 면에서 가장 세련됐고 천부의 무대 예술인이었다.
공연작품마다 예외 없이 주연감이었고 실제 그만큼 빼어난 적격자도 없었다. 평소에는 격의 없는 지우였으나 일단 무대에 오르면 그는 대선배였고 부러움과 시샘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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