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악화 누명을 뒤집어쓴 의사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차상위계층을 건강보험 대상으로 전환하면서 최근 6년 동안 무려 3조5481억원이 건강보험재정으로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보장해야 할 차상위계층의 책임을 건강보험에 떠넘겨 보험료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원협회는 13일 “건강보험 전환한 차상위계층을 의료급여로 즉각 환원시킬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차상위계층이란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를 말한다.

차상위계층 중 희귀난치성질환자(1종), 만성질환자(2종), 18세 미만 아동(2종)은 의료급여 수급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2008년 4월 이후부터 건강보험으로 편입됐다.

당시 정부는 "저소득층의 의료지원체계를 정비하기 위하여 의료비 부담이 큰 일부 차상위계층을 의료급여 보호방식에서 건강보험제도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건강보험으로 전환되더라도 진료시 본인부담액은 기존과 동일하게 하고, 건강보험으로 전환되면서 올라간 본인부담금과 기존의 의료급여 본인부담금의 차액분을 국고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자의 수는 2008년 1만9406명에서 2013년도에는 무려 33만916명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희귀난치성질환, 만성질환자가 46%(15만18명)를 차지했다.

▲ 자료 : 대한의원협회

하지만 의원협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본인부담금 차액을 확인한 결과,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부터 2013년 사이에 차상위계층 건강보험 본인부담 경감자의 본인부담금 차액은 9222억원이었지만 정부는 이중 6839억원만을 실제 지원해 2383억원의 국고지원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2008년 0원이었던 국고 미납액은 2012년도에 771억원으로 급증했고 2013년도에 전년도보다 줄긴 했지만 395억원을 미납했다.

의원협회는 “무엇보다도 차상위계층이 건보전환되지 않았다면 지출할 필요가 없었던 건강보험재정 부담액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 무려 3조5481억원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원협회는 국고지원 미납금을 사후정산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지 건보공단에 질의했으나, 공단측은 이에 대한 법률적 근거는 없다고 답변했다. 반면 과다 지급한 지원금은 국고로 반납해야 한다. 실제로 2008년에 502억원을 국고지원했으나 본인부담차액이 330억원에 지나지 않자 공단은 172억원의 차액을 국고에 반납했다.

의원협회는 “미납액을 사후정산 할 수 있는 법률적인 근거를 마련해 놓지 않은 것은 정부의 고의적인 책임방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강보험 대상으로 전환한 차상위계층을 이전처럼 의료급여로 즉각 환원할 것을 촉구했다.

의원협회는 "재정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국가가 보장해줘야 할 차상위계층의 의료부문까지 건강보험에 편입시킨 것은 정부가 줄기차게 외쳐온 의료의 공공성 강화 원칙을 정부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상태가 악화돼 일반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가중되고 보장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의원협회는 "건보재정 악화의 누명을 뒤집어쓴 의사들은 정당히 받아야 할 의료수가를 받지 못해 폐업과 도산위기에 처하는 참담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보재정 누수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진료비 청구ㆍ지급 체계의 일원화를 주장하고,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수진자 보험자격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라는 제도를 시행하려는 공단이 정부가 약속한 국고지원금을 미납하여도 찍소리도 못 내는 것을 보면, 공단을 건강보험을 책임진 진정한 보험자로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진정으로 의료의 공공성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원한다면, 건보전환한 차상위계층을 이전처럼 의료급여로 즉각 환원하라는 것이 의원협회측의 입장이다.

[인기기사]

·'행오버'에 감춰진 싸이의 속내, 주류업계 진실은? [2014/06/16] 
·“건보재정 악화 누명을 뒤집어쓴 의사들…” [2014/06/16] 
·의협회장 선거 앞둔 후보들, 마지막 발언 들어보니… [2014/06/16] 
·메디폼 뺏긴 일동제약 습윤드레싱 시장 지키지 안간힘 [2014/06/16] 
·열띤 후보 경쟁, 하지만 텅 빈 서울시의사회관 [2014/06/16] 

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