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등장한 욱일기 응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15일(한국시간) 일본-코트디부아르전이 열린 경기장 관중석에 욱일기를 얼굴에 그린 일본 팬들이 눈에 띄었다. 일본 대표 선수들도 욱일기를 형상화했다는 논란이 인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SBS 캡처]

일본 축구대표팀이 출전한 월드컵 경기장에 전범기인 욱일기가 등장했다.

 15일(한국시간) 브라질 헤시피 아레나 페르남부쿠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C조 조별예선 1차전 일본-코트디부아르 경기에서 욱일기 문양을 옷과 얼굴 등에 새긴 팬들이 등장했다. 볼링핀 모양의 의상을 입은 일부 일본 팬은 ‘투혼(鬪魂), 필승(必勝), 패자(覇者)’라는 단어와 전범기 문양을 새기고 일본 대표팀을 응원했다.

 일본에서도 도쿄돔을 비롯한 곳곳에서 단체응원이 벌어졌다. 그러나 일본 대표팀이 코트디부아르에 2-1로 역전패하자 이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큰 소란은 없었지만 일본 경찰이 조직적으로 팬들을 통제했다.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브라질 월드컵 단체응원을 벌인 일본 축구팬들이 경기가 끝난 뒤 함께 교차로를 건너고 있다. 일본 경찰은 흥분한 팬들을 주시하며 이들을 통제했다. [도쿄 로이터=뉴시스]

 일본 선수들도 욱일기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일본 대표팀 유니폼은 일본축구협회(JFA) 엠블럼과 일장기가 배치된 왼쪽 가슴을 중심으로 11개의 햇살이 퍼져가는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욱일기는 1870년 태양 문양 주위에 16줄기 햇살이 도안된 일본 육군기로 사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져 전범기로도 불린다. 그러나 나치 독일의 상징물로 널리 알려진 하켄크로이츠(卍 뒤집어 놓은 모양)와 달리 욱일기에 대해선 국제사회가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일본 대표팀 유니폼은 3월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 유니폼에 대해 아디다스 관계자는 “가슴팍 문양은 대표팀을 이룬 11명의 선수가 힘차게 뛰어나가는 이미지”라고 해명했다.

 FIFA 규정 57조는 ‘경기장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욱일기에 대해서 만큼은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2012년 8월 도쿄에서 열린 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8강 한·일전, 지난해 4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전북-우라와 경기에서 욱일기 응원이 펼쳐졌다. 지난해 7월 서울 잠실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한·일전에 일본 팬이 욱일기 응원을 펼치다 관계자의 제지를 받았다.

 한편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영표(37) KBS 해설위원은 경기 전 “일본 유니폼을 보니 선수 때가 생각나 편파 해설이 염려된다”고 말한 뒤 경기 내내 코트디부아르의 편에 서서 노골적인 편파 해설을 했다. 이 위원의 해설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하는 해설자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반응과 “속 시원했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김지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