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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19A 폐렴구균, 50대를 노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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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제약 루이스 호다 부사장이 폐렴구균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김성현

“면역력이 떨어지는 영·유아는 물론 성인도 예방백신이 필요합니다.”

 폐렴구균 질환의 치료 패러다임이 예방으로 바뀌고 있다. 면역체계가 완전하지 않은 영·유아나 50대 이상 고령층·만성질환자는 폐렴구균 같은 감염성 세균에 쉽게 노출된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폐렴구균이 뇌·폐·혈관·귀 등으로 침투해 수막염·패혈증·급성중이염·폐렴 등 질환을 일으킨다. 최근에는 영·유아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예방이 가능한 폐렴구균 백신이 나왔다. 질병 위험을 줄여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도우면서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인다. 지난달 30일 아시아 폐렴구균 질환 콘퍼런스(PDC)에 참여한 화이자제약의 백신 및 글로벌의약품 개발부 루이스 호다 부사장을 만났다. 그에게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의 중요성과 예방 효과에 대해 들었다. 호다 부사장은 세계보건기구(WHO)·국제백신연구소 등에서 백신 연구를 담당한 백신 전문가다.

 폐렴구균의 주요 공격 대상은 5세 이하 영·유아나 고령층,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면역력이 완전하지 않아 폐렴구균 같은 감염성 세균에 쉽게 노출된다. 호다 부사장은 “폐렴구균 면역력은 5세 이후부터 항체가 생기면서 저항력을 유지하다가 50세를 넘어서면 면역력 저하로 항체 생성이 줄어든다”며 “생애주기별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만성질환자에게 폐렴구균은 더 활발하게 침투한다.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기침을 심하게 하다가 호흡이 어려워지고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 대부분 적당히 쉬고 약을 먹으면 나을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폐렴구균은 치료가 까다롭고, 합병증에 의한 사망률도 높다. 호다 부사장은 “이런 이유로 치료보다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유아기 치명적인 폐렴구균 예방이 중요

WHO에 따르면 매년 폐렴구균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160만 명이다.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이들 사망자의 절반가량은 5세 미만의 영·유아다. 호다 부사장은 “최근 한국을 포함해 미국·영국·프랑스·호주·이탈리아 등 123개국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2~5세 영·유아는 13가 폐렴구균 백신을 1회만 접종해도 면역력이 충분히 형성된다”고 말했다.

 예방 효과도 입증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3가 폐렴구균 백신 접종 이후 전국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백신에 포함된 13가지 혈청형으로 생기는 5세 미만 영·유아의 침습성 폐렴구균 발생률이 93% 감소했다. 영국·프랑스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호다 부사장은 “미국에서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 국가접종 프로그램을 도입했을 때 초기 비용 효과를 분석했는데 병원을 이용하거나 노동력 손실, 기타 비용을 포함해 7억5700만 달러(약 8000억원)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 처방률 높은 한국 19A 균 증가세

문제는 성인이다. 50세가 넘으면 면역 노화로 폐렴에 걸리기 쉽다. 당뇨병·천식·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3~7배 높다. 특히 한국은 고령층 만성질환자 비율이 60%로 높다. 또 다른 폐렴구균보다 더 위험한 19A 폐렴구균이 증가하고 있다. 19A 균은 항생제 내성이 있으면서 가장 많이 유행하는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원인균이다.

 2012년 서울대 의대 이환종 교수팀이 국내 소아청소년 폐렴구균 원인균을 조사한 결과, 19A 균이 36.5%로 가장 많았다. 호다 부사장은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이스라엘·프랑스 등에서 19A균 증가세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이 조사한 결과에선 1991~93년 0%였던 19A 균은 2001~2003년 18%에서 2007~2010년 36%로 증가했다.

 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성인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프리베나13)이 2012년 국내 도입됐다. 기존 다당질 백신과 비교해 항체 형성도가 높고, 지속 기간이 길다. 성인은 영·유아와 달리 1회만 접종한다.

 WHO는 폐렴구균 질환의 예방책으로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도 폐렴구균 백신을 최우선 등급으로 권고한다. 하지만 성인 백신 접종률은 3.4%에 불과하다. 국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이 76%(2007년) 수준인 점을 감안해도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은 유독 낮다. 호다 부사장은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로 질병 부담이 늘면서 의료시스템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며 “식사요법·운동·예방접종·약물치료·정기검진 등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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