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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두 달] 실종자 가족 "이모들이 모아 준 수학여행길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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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오늘이 팽목항 가는 버스를 마지막으로 타는 날이길….”

매일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면서 그는 늘 이 말을 되뇌인다고 했다. 실종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허다윤(17)양의 아버지 허흥환(52)씨 얘기다. 그는 그렇게 달고 사는 기다림을 떨쳐버리고 싶어했다. 허씨는 “혹시 우리 가족이 마지막까지 남게 되면 어쩌나하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집안 형편이 넉넉치 못해 이모들이 비용을 모아 준 수학여행길이 그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윤양과는 사고 당일 통화를 하지 못했다. 다윤 양이 가족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 메시지는 사고 전날 밤 언니에게 “내가 올 때까지 깜비 밥 잘 챙겨줘”라고 한 것이었다. 깜비는 지난해 8월 부산 이모네에 놀러갔다가 선물로 받은 강아지다.

막내인 다윤양은 깜비를 동생처럼 아꼈다고 한다. 아버지 허씨는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강아지도 예뻐했던 것 같다”며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항상 얘기했는데 꿈을 펼치지 못하고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다윤양의 어머니는 희귀병인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다. 허씨는 “지금까지 그런대로 버텨준 다윤이 엄마가 기다림에 지쳐 몸져 누울까봐서도 걱정이 크다”고 했다.

한편 민관군합동구조팀은 물살이 빠른 대조기인 15일에도 수색을 벌였으나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현재 희생자 수는 292명, 실종자는 12명으로 일주일째 제자리다.

진도=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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