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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짜면 오히려 해롭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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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기열교수(연세대·식품영양학)는 『지나친 고추섭취는 백해무익』이라고 강조하면서 한국인에게서 특별히 많이 나타나는 위장질환·심장순환기 질병·고혈압등의 주요원인이 지나치게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이라고 밝힌다.
사실상 한국인의 식생활에 고춧가루가 들어온 것은 최근세. 16세기말께인 이조 광해조때 남방식품이었던 고추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었다. 따라서 고추를 상식하고, 특히 오늘날과 같이 맵고, 짠 김치와 고추장등을 즐겨 먹게된 것은 6·25사변이후의 극히 최근이라는 것이 식품영양학자들의 얘기다.
오늘날 한국인이 섭취하는 하루의 고추섭취량은 1인당 평균 5g정도. 조미료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라는 것이 이교수의 얘기다. 한편 소금섭취량은 20g이 넘어 미국 권장량 5g의 4배에 이른다. 고추는 기호식품이고, 또한 자극성이 강한 식품. 따라서 처음에는 강한 매운 맛이 있어도 그맛에 일단 익숙해지면 점점 더 매운 자극을 요하게 된다. 따라서 적당한 선에서의 자제가 필요하다는 것.
영양학적으로 볼때 고추는 탄수화물의 함량이 많고(32%), 「비타민」A와 C가 비교적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경우 탄수화물은 밥으로 충분히 섭취하고 있고 고추의 「비타민」은 가루로 만들어 공기중에 두면 쉽게 산화하므로 크게 가치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
조미료의 하루 1인당 적정섭취량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어디까지나 주재료의 향취를 돋우는 정도면 된다. 그러나 동물실험 결과를 종합하면 하루에 음식물을 평균 1천g 섭취하는 사람의 경우 2g미만(약반찻술)의 고추섭취면 인체내 「칼슘」의 횹수율을 높이는등 좋은 효과를 거둘수 있다.
그밖에 한국인이 고춧가루의 섭취량을 줄여야하는 이유를 이교수는 종합적으로 다음의 몇가지를 지적한다.
▲지나친 자극으로 인한 위장장애등의 질병유발 ▲불필요한 물자의 낭비 ▲지나친 양념으로 배추등 식품 본래의 맛과 향취 상실 ▲자녀등 후세들에게 올바른 식습관 정립 ▲「비닐·하우스」등의 보급으로 김장의 양이 줄고 저장기간이 짧아진 것등. 따라서 맵거나 짜지않은 시원한 동치미·백김치등으로 고추의 섭취량을 서서히 줄여가고, 붉은 빛깔로 인한 식욕증진등의 효과를 위해서는 「퍼블리카」「피망」등 덜 매운 서양고추를 사용하라고 이교수는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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